검찰이 대규모 법인세 탈루 의혹을 받고 있는 한화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회계 자료를 들여다보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두 전직 대통령 비리와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을 겨눴던 검찰의 사정 칼날이 한화테크윈·코오롱·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기업 고발 사건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대검찰청에서 회계 담당 수사관을 파견받아 한화테크윈 세무 자료를 분석 중이다. 지난 3월 검찰이 해당 사건을 조세범죄조사부에 배당한 지 9개월여 만이다. 이는 앞서 지난해 8월 국세청이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한화테크윈을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국세청은 압수수색과 자료 분석 등 한화테크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0억원대 법인세 탈루를 비롯해 총 230억원가량의 조세포탈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회계 자료 분석에 착수하는 등 한화테크윈의 탈세 의혹을 들여다보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참고인·피의자 소환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검찰은 국세청이 상속세 탈세 등의 혐의로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을 고발한 사건도 최근 수사에 돌입했다. 앞서 국세청은 2016년 코오롱그룹을 세무조사한 뒤 이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며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자료 분석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수2부는 이미 7월 금융위가 공시 누락을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해왔다.
게다가 특수 3·4부에도 삼성그룹을 겨냥한 고발 사건이 배당돼 있어 앞으로 검찰이 사건을 한데 모아 수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락 과정에 부정 청탁과 외부 압력 등의 의혹이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수사 의뢰한 사건을 지난 8월 특수4부(김창진 부장검사)에 배정했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참여연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가 지난 2016년 6월, 2017년 2월 고발한 사건도 각각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와 특수4부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연말에 접어들면서 검찰의 사정 칼날이 지금껏 수사 범위에 속하지 못했던 대기업 쪽을 겨누고 있다”며 “이는 그동안 검찰 수사력이 집중됐던 사법농단 수사가 정점을 치닫고 있는 점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