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하림·대림 총수일가 검찰고발 검토

김홍국 하림 회장/사진=연합뉴스김홍국 하림 회장/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혐의로 하림그룹 김홍국(61) 회장, 대림그룹 이해욱(50)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해 결론 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는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홍국 회장과 이해욱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하림과 대림그룹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하림을 보면 공정위 사무처는 김홍국 회장이 6년 전 아들 김준영(26)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부당지원 행위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영씨는 2012년 김 회장으로부터 올품 지분 100%를 물려받은 뒤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그룹으로 이어지는 지분을 통해 아버지를 뛰어넘는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이 시기에 올품과 한국썸벧의 매출은 연 700억∼800억원대에서 3천억∼4천억원대로 수직 성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감을 몰아줬고, 이러한 사익편취 행위에 김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공정위 사무처는 판단했다.

하림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첫 대기업집단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작년 7월 처음 현장조사를 받았다.

대림그룹은 총수일가 지분이 50% 이상인 대림코퍼레이션과 에이플러스디, 켐텍 등에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며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대림그룹은 작년 9월 이러한 혐의로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자 이듬해 1월 이해욱 부회장 등이 에이플러스디 지분을 처분하고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등 경영쇄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도 공정위 사무처가 이해욱 부회장을 고발 대상에 올린 것은 사익편취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사보고서를 두 회사에 발송한 공정위는 소명이 담긴 의견서를 받은 뒤, 이르면 내년 초 9인 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를 열어 고발 여부와 과징금 규모 등 제재안을 각각 결정하게 된다.

공정위 사무처는 최근 잇따라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고발 카드를 꺼내 들며 ‘재벌개혁이 예상과는 달리 미흡하다’는 일각의 시선을 잠재우는 모습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달 같은 혐의로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각 회사에 발송한 바 있다.

사익편취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 제재가 임박한 다른 주요 대기업에 대해서도 총수 고발과 같은 강수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미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4개 회사 이외에도 삼성·SK·한진·한화·아모레퍼시픽·미래에셋 등 총 6개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 혐의를 조사 중이다.

물론 사무처의 심사보고서가 그대로 전원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12월 공정위 사무처는 사익편취 혐의로 효성그룹 조석래(83) 명예회장, 아들인 조현준(50) 회장 등을 고발하는 심사보고서를 상정했지만, 전원회의는 아버지의 관여를 인정하지 않아 조현준 회장만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건에 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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