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가 없어진다는데, 너 어떡해?” 최근 들어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필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정년퇴임할 때까지는 안 없어질거야.” 필자의 정년이 10여년 남아 있으니 틀린 대답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회계가 없어질까. 회계가 없어진다는 말은 영국 옥스퍼드대의 칼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가 쓴 논문에서 컴퓨터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 중에 회계 관련 직업이 상위권에 포함된 후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회계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지난해 말 개정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11월부터 시행되고 관련 법률과 규정이 속속 개정돼 과거 어느 때보다도 회계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회계가 곧 없어진다니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삼바 논란은 회계가 단순히 기계적인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판단의 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회계가 결코 없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회계 관련 위원회에서도 기업이 수행한 회계처리의 적정성에 대해 위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때마다 필자는 회계가 단순반복적인 계산과정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곤 한다.
단순반복적으로 계산하고 자료를 만드는 일은 현재도 많은 부분을 컴퓨터로 처리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기계나 로봇이 더 많이 수행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료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현재 회계업무의 형태가 바뀔 수는 있지만 회계는 여전히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것이다. ‘회계는 필요 없다(The End of Accounting)’의 저자인 바루크 레브 교수와 펭 구 교수도 정말로 회계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회계가 변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월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의하면 ‘인공지능(AI)이나 로봇으로 대체되지 않을 직업’ 1순위로 회계사가 선정된 것은 필자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은 회계가 없어질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AI 시대에 회계가 어떻게 변해야 하고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정년퇴임 후에도 필자는 여전히 회계를 연구하고 가르칠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