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23년 전 수원 화성에서 연행됐던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올 연말 국립국악원 무대에서 재연된다.
오는 21~2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궁중연례악 ‘태평서곡’은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마련한 회갑연을 작품화한 것으로 당대 궁중 회갑연은 조선 왕실의 무용과 음악을 총망라한 왕실 문화예술의 결정체였다는 점에서 진귀한 볼거리로 꼽힌다.
이번 공연은 1795년 당시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를 바탕으로 꾸몄다. 수제천과 여민락 등 대표적인 궁중 음악과 함께 ‘무고(舞鼓)’와 ‘선유락(船遊樂)’ 등 화려한 궁중 무용을 선보이는데 2001년 초연 이후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과 2010년 파리 일드 프랑스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면서 국내외 많은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뱃놀이에서 출발한 ‘선유락’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하는 궁중 무용으로 우렁찬 대취타와 함께 무용수들이 대거 등장하는 하이라이트다.
국립국악원은 현대 관객의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공연 전 상영하는 프롤로그 영상에서는 회갑연을 준비하는 정조의 내면을 담아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 스스로 제례악의 악장을 짓고 악서를 편찬할 정도로 악학(樂學)에 조예가 깊었던 정조의 음악성을 부각하기 위해, 당시 정조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축하하며 직접 지은 한시에 가곡 선율을 붙여 만든 새로운 노래도 들려줄 예정이다.
공연의 극적인 전개를 위해 정조와 혜경궁 홍씨의 대사도 더했다. 정조 역에는 배우 이동준, 혜경궁 홍씨 역에는 배우 김정영이 캐스팅됐다.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은 “찬란한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조선 왕실의 음악과 춤을 공연 작품화했다”며 “품격 있는 궁중예술의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 사진제공=국립국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