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의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내가 배부르면 남 배고픈 줄 알기 어렵고, 내가 등 따스우면 남 추운 줄 모르기 십상이다. 남의 일뿐 아니라 자신의 처지도 그렇다. 형편이 좋아지면 어렵던 시절을 잊기 쉽다. 오죽하면 어떤 시인은 점심을 한 끼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미안하다’는 편지를 썼겠는가. 가혹한 겨울은 남을 헤아리고 자신이 가진 소박한 것에 감사하게 만든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다. 타인의 슬픔의 기척에 민감했던 나사렛 사람이 태어난 날이다. 병들고 비천한 사람들이 옷깃을 스칠 때 그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그것으로 되었다. 나는…너의 슬픔을 안다.’ 인간의 비애를 알아챔으로써 그는 사랑의 메시야가 되었다.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