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롯데의 환골탈태..'올드보이 지우기' 가속

■ 30개 계열사 정기 임원 인사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 일선 후퇴..신동빈체제 굳혀

화학BU 김교현, 식품BU 이영호 등 세대교체 본격화

2015A12 롯데



롯데가 그룹의 핵심축인 화학과 식품 비즈니스유닛(BU)장을 교체하고 대표이사 및 단위조직장급 임원을 17명이나 승진시키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후 ‘뉴롯데’를 만들기 위해 과감한 인력 재편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소진세(68)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등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시절부터 승승장구했던 임원들이 일선에서 물러나 지난 몇 년간 경영분쟁 후 신동빈 체제가 보다 굳건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롯데그룹은 19일 그룹사별 이사회를 개최하고 롯데지주(004990)·롯데제과(280360)·롯데케미칼(011170)·호텔롯데 등 식품·화학·서비스·금융 부문 30개 계열사의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세대교체다. 허수영(67) 화학 BU장과 이재혁(64) 식품 BU장 등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물러나고 김교현(61) 롯데케미칼 사장과 이영호(60) 롯데푸드(002270) 사장이 각각 신임 화학 BU장과 식품 BU장을 맡게 됐다.

소 위원장이 물러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소 위원장은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복심으로 불렸으며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함께 한때 롯데그룹 2인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신 회장으로서는 롯데그룹의 세대교체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소 위원장과 같은 상징성이 큰 인물이 퇴진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소 위원장의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롯데케미칼 신임대표에는 임병연(54)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이, 롯데푸드 신임 대표에는 홈푸드 사업본부장인 조경수(58) 부사장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롯데칠성(005300)음료 주류BG 대표로는 롯데아사히 대표를 지낸 김태환(54) 해외부문장이, 롯데렌탈 신임 대표에는 이훈기(51) 오토렌탈본부장이 각각 선임됐다.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에는 이갑(56) 대홍기획 대표가, 대홍기획 신임 대표에는 홍성현(54) 어카운트솔루션 본부장이, 롯데캐피탈 신임 대표에는 고정욱(52) 롯데캐피탈 영업2본부장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 명단에는 들지 못했지만 대표이사 및 단위조직장으로 보임이 바뀐 임원만 11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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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을 총괄하는 롯데지주 산하의 조직도 조직장이나 조직명을 바꾸는 방식으로 보다 힘을 줬다. 가치경영실은 경영전략실로 명칭을 변경해 윤종민(58) HR혁신실 사장을 신임 경영전략실장으로 선임했으며 경영개선실장에는 롯데물산 대표인 박현철(58)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또 HR혁신실장에는 롯데케미칼 폴리머사업본부장인 정부옥(54) 부사장이 선임됐으며 오성엽(58)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 전반에 불고 있는 글로벌 경영 강화와 여성 임원 우대 의지 또한 이번 인사에서 엿볼 수 있었다. 롯데인디아의 밀란 와히(54) 법인장이 수익성 개선 공로로 신규 임원으로 선임됐으며 여성 임원 4명 새로 선임돼 그룹 전체 여성 임원이 34명으로 늘었다.

이번 롯데그룹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그룹사는 그룹 영업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는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대표이사 교체에 이어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 임원 승진 명단(11명)의 2배가 넘는 27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해 달라진 입지를 잘 보여줬다. 지난 10월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입지가 한층 강해진 롯데지주 또한 11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하며 그룹사 핵심으로서의 위상을 잘 보여줬다.

재계에서는 주요 대기업들이 내년도 경영환경을 고려해 대부분 안정적인 인사를 택한 상황에서 신 회장의 세대교체 의지가 한층 돋보인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세대교체라는 뜻 외에 질적 성장 중심의 성과주의 인사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온 디지털 전환 및 글로벌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그룹에 혁신을 일으킬 새로운 인재들을 전면 배치해 미래 50년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철민·박한신기자 chopin@sedaily.com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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