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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에 단 둘, 멈추지 않는 불혹의 꿈

더크 노비츠키 /AFP연합뉴스더크 노비츠키 /AFP연합뉴스



78년생 ‘독일병정’ 노비츠키

데뷔후 21시즌동안 댈러스 원팀맨


팀훈련 2시간전 가장 먼저 몸 풀어

무릎부담 줄이려 엄격한 체중관리

더크 노비츠키(40·댈러스 매버릭스)와 빈스 카터(41·애틀랜타 호크스)는 1998년 미국프로농구(NBA) 드래프트 동기생이다. 노비츠키는 전체 9순위로 카터는 전체 5순위로 꿈의 무대를 밟았다. 함께 코트를 주름 잡았던 동기생 폴 피어스, 마이크 비비, 제이슨 윌리엄스 등이 모두 은퇴한 지금도 이 둘은 매일 경기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2018-2019시즌 NBA의 단둘뿐인 40대 선수다.

‘독일 병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노비츠키는 1978년 6월생이다. 4월 발목 수술을 받았으나 힘겨운 재활을 견뎌내고 지난 14일 피닉스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노비츠키는 NBA 21시즌을 뛴 역대 5번째 선수다. 21시즌을 한 팀에만 몸담은 기록은 NBA 최초. 올 시즌 평균 7.3분을 뛰며 2.7점 2리바운드를 올리고 있는데 평균 21.2점, 총 3만점 이상을 책임진 통산 기록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3만1,192점으로 통산 득점 7위에 올라 있는 노비츠키다.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와 전설 윌트 체임벌린 다음이다.

어찌 보면 별 볼일 없는 단 몇 분을 불태우기 위해 노비츠키는 매 경기 몇 시간 전부터 사력을 다해 준비한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도 하기 전인 팀 훈련 2시간 전부터 트레이너와 함께 따로 훈련한다. 15년간 댈러스에서 일해 노비츠키의 몸을 그보다 더 잘 아는 트레이너는 “노비츠키의 무릎과 엉덩이, 발목 관절은 활동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러버 밴드를 이용한 운동과 마사지 등으로 유연성 유지에 특별히 신경 쓰는 이유다.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이기 위해 체중 관리도 엄격하다. 동료들이 하나둘 코트에 나오면 3대3 게임으로 실전 감각도 끌어올린다. 가장 먼저 훈련을 시작하는 노비츠키는 훈련 마무리도 늘 마지막이다. 따로 남아 고통스러운 스프린트(단거리 전력질주) 훈련을 한다. 코트를 쉴 틈 없이 왕복하는 종목 특성상 뒤처지면 팀에 민폐이기 때문이다.


노비츠키는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 “경기 전 해야 하는 일이 100만개는 되는 것 같다”며 장난스럽게 하소연했다. 지난 시즌 평균 12점 5.7리바운드로 식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줬던 그는 코트에서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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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 카터 /AFP연합뉴스빈스 카터 /AFP연합뉴스


77년생 ‘최고령 현역’ 카터

매 경기전 스트레칭·바벨운동 꼭

수면 패턴까지 일정하게 유지해

다음 시즌 뛰면 ‘최장현역’ 신기록

1977년 1월생으로 현역 최고령인 카터 역시 은퇴할 생각이 없다. 데뷔 후 8번째 팀인 애틀랜타에서 평균 17.6분을 뛰며 7.1점 2.4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과 출전 시간은 비슷한데 득점은 오히려 늘었다. 카터도 쓸쓸한 황혼을 피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매 경기 팀 훈련 시작 45분 전에 혼자 나가 슈팅 연습을 하고 체계적인 스트레칭과 바벨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신경 쓰고 수면 패턴도 일정하게 유지한다.

카터의 별명은 ‘빈새너티(Vinsanity)’다. 빈스와 인새너티를 더한 말로 비현실적인 덩크슛 기술을 앞세워 팬들을 흥분에 빠뜨려왔다. 2000년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 때 360도 회전 뒤 풍차처럼 팔을 돌리며 꽂은 덩크슛은 아직도 회자한다. ‘덩크슛 아티스트’로 불리며 엄청난 운동 능력을 자랑하던 그지만 지금은 화려함보다는 몸을 챙기는 게 먼저다.

올 시즌 카터를 영입한 애틀랜타 부회장 그랜트 힐은 “오랜 경험과 인기 스타로서의 삶은 그 자체로 후배들에게 멘토 구실을 할 수 있다”며 카터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힐 역시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마흔 넘어서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2010-2011시즌에는 피닉스에서 카터와 함께 뛰기도 했다. 카터와 힐은 비시즌에 매일 골프를 함께하는 둘도 없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역대 NBA에서 40대 현역 선수는 노비츠키와 카터를 포함해 28명뿐. 21시즌 현역 신분 유지는 이미 최장 타이기록이다. 다음 시즌까지 뛴다면 72년 NBA 역사에 새 장을 연다. 카터는 ESPN과 인터뷰에서 “농구를 사랑하고 아직 경쟁력이 있는데 왜 떠나겠나. 분명한 것은 돈 때문에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노비츠키 역시 “연습이 재밌고 원정 경기 가는 것도 재밌다. 라커룸에서 동료들과의 생활도 즐겁다”면서 “아직 마지막 불꽃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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