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정금리 인하에..산와대부 철수수순 밟나

진출 후 첫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

업계 1위에도 실적 위기감 고조

최고금리 인하에 신규대출 역마진 우려

2415A11 상위 대부업체 개인신용대출 시장점유율



산와대부가 8,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데 나섰다. 산와대부가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것은 지난 2002년 국내 진출 이후 처음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대부업의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업계 1위 산와대부의 철수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와대부는 8,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와대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올해 10월쯤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은 자회사인 채권추심업체에서 2002년 국내에 진출한 후 쌓아온 부실채권을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다. 일본 대주주는 올해 9월 최상민 전 대표를 김선이 대표로 교체시킨 뒤 매각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와대부는 국내 최대 대부업체다.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조4,396억원으로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다음으로 크지만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모기업인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오는 2024년까지 대부업을 청산하기 위해 자산 규모를 감축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신용대출 잔액 시장점유율(M/S)도 지난해 말 기준 21.1%로 가장 높다.


업계에서는 이번 부실채권 매각 작업이 철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부업체의 한 관계자는 “부실채권을 한 번에 정리한다는 것은 향후 철수를 본격화할 때 걸림돌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업계 1위 산와대부가 철수한다면 국내 대부업은 사실상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산와대부 측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매각에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올해에만 지점을 11곳 통폐합시키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철수가 머지않아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금융 당국은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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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와대부의 철수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거론돼왔다. 지난 2016년에는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하면서 철수설이 돌았으며 이후 법정 최고금리가 지속 낮아지면서 업계에서는 산와대부의 철수설이 제기됐다. 법정 최고금리는 2010년 44%에서 네 번 인하되며 올해 24%까지 내려왔고 정부는 단계적으로 연 20%까지 더 낮출 방침이다. 이 때문에 대부업계에서는 최고금리 인하로 고사 위기에 놓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산와대부는 올해 하반기 들어 신규 개인신용대출 월별 취급 규모가 15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금리 인하로 신용대출 취급에 따른 역마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산와대부의 경우 터키 리라화 채권의 투자손실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8월 리라화가 급락하면서 산와머니는 채권 투자금의 32%인 약 1,230억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

다른 대형 대부업체도 신규 신용대출을 꺼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실제 올해 1~9월 대부업 대출승인율은 13.1%로 전년 동기 대비 4.7%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연구원은 2016년 대부업체 원가금리가 조달비용 4.5%, 관리비용 9.1%, 대손비용 12.6% 등을 더해 26.2%인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인 24%로는 신규대출로 ‘밑지는 장사’라는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내수 부진으로 영업 사정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상환이 막히면서 연체율이 급등해 대손 비용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상위 19개 대부업체의 평균 연체율은 올해 9월 기준 10.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대부업의 공백으로 불법 사채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은 2015년까지 연 25만명 수준에서 최근 연 40만~60만명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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