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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사회, 우리가 보듬어야할 이웃] '정신질환 낙인' 겁나 비보험 치료...경제·편견 이중고

<7> 마음병 환자

국내 중증 환자 43만명 달해

약값 등 진료비 부담 눈덩이

열 살인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김가연(42·가명)씨는 최근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학급 친구들이 경증 과잉행동장애 환자인 아들을 ‘범죄자’로 부르며 놀린다는 얘기를 듣고 한동안 펑펑 울었다.

김씨는 “학교에서는 이번 기회에 특수학교로 전학을 보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는데 터놓고 상담할 곳이 없다는 게 가장 고통스럽다”며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이토록 싸늘한지는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차별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김씨는 올 들어 아들을 대하는 주변의 시선이 더욱 나빠졌음을 느낀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웃 학부모의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고 친척들이 모이는 행사에도 처음으로 초대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부부싸움도 잦아져 우울증 약까지 복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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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김씨 아들의 증상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매달 100만원에 육박하는 약값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해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정식 환자로 인정받지 못해 건강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담당 의사는 올 하반기부터는 새로 나온 치료제로 약을 바꾸는 게 좋다고 했지만 한 달에 2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정부는 국내 중증 정신질환자 규모를 43만여명으로 추산하지만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아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계에서는 초기 단계의 우울증이나 정서불안 등의 증세를 겪는 경증 환자까지 포함하면 국내 환자가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경증 환자는 대부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는 현실에 좌절하며 소리 없이 울고 있다.

이상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증 정신질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가족들의 방치와 외면이 꼽히는데, 환자 가족들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직면하고 있다”며 “환자 본인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자 가족의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는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성·우영탁기자 engine@sedaily.com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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