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 등 간호계의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 등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간호협회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 및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어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따른 인권 문제를 짚었다.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을 가진 간호계 은어다.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이른다. 지난해 간호협회가 회원 7,275명을 상대로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40.9%가 ‘지난 1년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간호계는 태움 등의 조직문화가 인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 등 간호사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비롯된 사회문제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은 “생명을 다루는 긴장감 높은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간호업무는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 부족에 따른 초과근무와 높은 노동 강도, 위계적인 업무 시스템, 불충분한 식사시간, 불규칙한 근무스케줄 등은 간호사를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으로 치닫게 한다”고 언급했다. 그렇기에 “태움에 대한 논의는 개인 및 집단적 원인의 틀에서 벗어나 구조적인 요인(열악한 근로실태와 처우)의 복합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따라서 태움과 같은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 내 간호사를 충분히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간호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호사 배치 기준은 간호사 1명당 환자 약 12명으로 미국(5.3명), 영국(8.6명) 등 다른 국가에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다. 곽 회장은 “간호사 배치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의료기관이 많은데도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나 행정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배치기준 위반 시에는 행정처분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신규 간호사가 현장에 적응하도록 돕는 제도 도입, 간호사의 노동 가치를 반영한 수가체계 개선, 법정 근로시간 준수를 위한 합리적인 제도 개선 등도 해결 방안으로 거론됐다. 곽 부회장은 “열악한 근로 환경은 간호사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여유를 향유할 권리조차 박탈시킨다”며 “간호사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간호서비스의 질과 환자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