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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롯데 금융사 인수전에서 주목받는 MBK·오릭스

롯데그룹이 금융계열사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주목받고 있다. 금융사 인수전은 보통 대형 금융지주사가 우위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 PEF는 대형 금융사 운영 경험을 가진 만큼 금융지주사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한화(000880)그룹와 컨소시엄을 이뤄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롯데캐피탈 예비입찰에 모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초반에는 카드와 손보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통째로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후문이다. 오릭스 PE는 롯데카드를 최우선으로 롯데캐피탈 예비입찰에 도전장을 던질 계획이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예비입찰은 30일, 롯데캐피탈은 2월 12일 실시한다.




MBK는 이번 입찰 참여 예상자 중 유일한 대기업인 한화그룹과 손을 잡으며 든든한 우군을 키웠다. MBK 입장에서는 대주주 적격심사 리스크를 줄이고 한화에 재매각할 수도 있다. 롯데카드를 가장 주목하는 한화 역시 MBK와 손잡으면 자금부담을 덜 수 있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PEF들은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를 매각한 후에도 기존 롯데그룹 계열 물량을 보존할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일부 PEF는 롯데그룹이 지분을 남기길 희망했고 롯데 역시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에 대해 일부 지분을 남길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롯데카드는 인수 후보가 자유롭게 인수 희망 지분을 써내도록 했지만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은 협상의 영역으로 남겼다. 롯데그룹이 카드 지분은 유통사와 시너지를 위해 남기기 원하지만 캐피탈과 손보는 완전 매각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온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MBK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소통하면서 롯데그룹 계열 물량 보존에 대한 확신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이 다수의 지분을 남기지 않더라도 신동빈 회장이 개인 지분 일부를 더 매입하는 등 연결고리를 남길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인수 불확실성이 줄면서 MBK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오릭스PE 역시 사모펀드 운용사지만 일본에서 금융그룹을 일군 오릭스 본사가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인수전을 주도하고 있다. 오릭스PE 자체가 일본 오릭스 본사가 한국에 자기자본을 투자하기 위한 운용사다. 리스사로 출발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성장한 일본 오릭스 본사는 한국에서 운영하는 오릭스캐피탈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롯데카드와 캐피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오릭스 본사는 자기자본 규모만 14조원에 달하고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롯데 금융계열사에 대해 투자차익보다 사업의 안정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 야구단인 지바롯데 마린스의 구단주였고 오릭스의 미야우치 오시히코 회장도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의 구단주로 교류해왔다. 황각규 롯데지주(004990) 부회장이 일본에 방문할 때 정기적으로 오릭스 측과 만나고 있다. 오릭스그룹은 2014년 오릭스PE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할 때 롯데글로벌지주와 컨소시엄을 맺도록 조정했다.

다만 양측 모두 약점은 있다. MBK는 롯데금융사 노조에서 구조조정을 우려해 반대하는 인수 후보 중 하나고 단독 입찰에 비해 한화 그룹과 인수 조건을 조율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오릭스 역시 지난 3년간 한국 투자를 승인하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인 투자 원칙을 갖고 있어서 이번 인수전을 중도에 포기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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