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민주 '사법권 침해' 역풍 맞자 "한국당이 대선 불복" 총구 방향 돌려

사법부 전체 비판 자제하며 한국당으로 과녁 이동

‘삼권분립 훼손’ 역풍 고려…사법 농단 세력만 정조준

우상호 "우리가 과도했다… 조금 더 신중하게 볼 필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가 1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플랫폼에서 설 귀성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가 1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플랫폼에서 설 귀성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일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내린 1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재차 주장하면서도 자유한국당으로 총구 방향을 바꾸는 모양새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김경수 지사를 법정 구속한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삼권 분립 침해’ ‘법치주의 부정’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자 이번 판결을 근거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용산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한국당이 어제 한 행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탄핵당한 사람들의 세력들이 감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 불복으로 대한다는 말이냐”며 격노했다. 이 대표가 격앙된 태도로 전면에 나서 야당을 비판하는 건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왜 김경수 지사 재판을 가지고 청와대 앞에서 그런 망동을 한다는 말이냐”며 “엄중 경고한다. 정당 정치를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로 “어제 한국당이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하고 당 대변인들을 통해 대선 불복을 암시하는 발언과 행동을 했다”며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김 지사 재판과 연결지어 대선을 부정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며 “한국당이 대선 불복을 이제 와서 하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한국당이 계속 대선에 불복한다면 그 결과가 참혹할 따름”이라고 야당에 경고했다.


동시에 민주당은 그동안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을 조목조목 짚으며 논리적 허점을 지적했다. 다만 사법부 전체를 비판하는 건 자제했다. 법관 탄핵을 비롯해 사법 개혁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3권 분립 훼손’의 양상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박주민 당 사법농단대책특위 위원장은 “어제 김 지사에 대한 판결문을 밤 늦게까지 분석했다”며 “직접적 증거는 부족한 상태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위해 비어있는 많은 부분을 진술에 의존해 끼워넣었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관계자 진술을 두고는 “조작의 의심도 있다. 그런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판결문”이라며 “그런 식으로 공백을 짜맞춰 한 허술한 판결인데, 이를 갖고 한국당은 대선불복까지 언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용진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삼권분립이라는 것이 절대 간섭하지 말아라가 아니다”며 민주당의 판결 비판을 옹호했다. 그는 입법부의 수단이 말과 입법이라고 전제한 뒤 판결에 불만을 드러내거나 평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삼권 분립 훼손 주장을 일축했다. 다만 판결 결과를 불복하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법부와 전면전을 펼치는 게 아니라, 양승태와 그를 옹호하는 일부 판사들에 대해 옳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 자체에 여러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 게 사실이고, 사법농단 세력을 더는 내버려 둘 수 없는 지경 아니냐”고 밝혔다.

당 내부적으로도 사법부 전체의 신뢰성을 문제 삼는 건 장기적으로 당에 부담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tbs라디오에서 이번 판결이 부당하다고 재차 주장하면서도 “사법부의 조직적 반란이라고 우리 쪽에서 말한 것도 과도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 분이 내린 판결을 갖고 사법부 전체가 조직적으로 한 것처럼 한 것은 과도했다”고 부연했다. 한 초선 의원은 “재판 불복으로까지 나가면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조금 더 사태를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귀성인사를 겸해 열린 이날 민주당의 현장 최고위원회는 장애인 단체의 농성으로 10여 분 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장애인 단체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며 이해찬 대표 면담을 요구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이 대표의 정신지체 장애인 비하 발언을 거론하기도 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박원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