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넷째 주(1월 28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0.24% 내려 지난해 10월 29일(―0.01%) 이후부터 14주 연속 내리막을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주 서울 전셋값 내림폭은 감정원의 주간 조사에서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2012년 7월 2일(-0.24%)과 같은 수준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수도권의 신규 입주 물량이 늘어났고 교통망 확충으로 수요가 분산돼 전셋값 하락세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전세가 하락을 주도하는 건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다. 이번 주 강남 4구의 아파트 전셋값은 0.59%나 급락했다. 이는 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이 중 강남구가 -0.78%의 내림폭으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강동구(-0.61%)·서초구(-0.49%)·송파구(-0.44%) 등이 뒤를 이었다.
강북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강북권(한강 이북 14개 구)은 이번 주 0.12% 떨어진 것으로 조사돼 지난주(-0.06%)보다 전셋값이 더 추락했다. 성북구(-0.21%), 강북구(-0.19%). 마포구(-0.18%) 등은 그 중에서도 낙폭이 더 큰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에 세입자들 사이에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관악구 신림동의 한 세입자 조모(33)씨는 “2개월 뒤 현 전셋집의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고 해 돈을 떼이는 거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5일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국지적인 수급 불일치로 전세금이 하락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이 커졌다”고 우려한 것 역시 이런 상황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전세금 반환보증’의 가입자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이 됐을 때 보증기관이 대신 전세보증금을 내주는 상품을 말한디. 이 상품을 취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경우 가입 건수가 지난해 총 8만9,350건으로 2017년(4만3,918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강동구 등에서 입주물량이 많아 당분간 전셋값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사전에 세입자들은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