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소난골 드릴십 인도 또 연기…대우조선 매각 암초되나

유가 변동성 커 1월말서 또 유예

이달말까지 거부땐 사실상 파기

유동성 9,000억 확보 백지화 우려

산은 자금투입으로 영향 없다지만

현대중공업 인수 발목 잡을수도

대우조선해양이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로부터 발주 받아 건조한 드릴십 두 척의 인도가 또다시 늦어지고 있다. 원래 계약조건이었던 2016년 인도가 소난골의 거부로 무산된 뒤 지난해 말 새 인도 계약을 맺었지만 소난골이 첫 번째 기한을 또 지키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소난골 드릴십을 인도해 약 9,000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합의한 대우조선 경영권 인수에도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0815A12 대우조선소난골프로젝트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소난골은 지난달 말까지 드릴십 두 척 중 한 척을 먼저 가져가기로 했지만 이날까지도 인도하지 않았다. 소난골은 지난해 말 대우조선과 협상 끝에 올 1월 말과 3월 말 각각 한 척을 인도하기로 새로운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드릴십은 해상을 운항하면서 바다 밑에 묻혀 있는 원유나 가스를 뽑아내는 선종이다. 국제 유가가 높을수록 드릴십 수요가 많아지며 채산성 기준은 배럴당 약 70달러 안팎인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업계에서는 소난골이 이달 말까지 한 척을 가져가지 않으면 나머지 한 척의 인도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첫 번째 드릴십 인도 거부가 계약 파기라는 얘기다. 불안한 유가가 소난골의 인도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배럴당 84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올 초 다시 53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달 들어 약 62달러로 상승하기는 했지만 변동성이 여전하다.


다만 소난골이 아직 계약을 완전히 파기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이 새 인도 계약에서 약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1월 말 인도분은 2월 말까지, 3월 말 인도분은 4월 중순까지가 유예기간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간 내 인도를 하지 않으면 소난골이 대우조선에 거액의 보상을 해야 하지만 유예기간 내에는 조항이 작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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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인도를 거부해 온 소난골이 또다시 기한을 지키지 않은 점은 유예기간이 있음에도 불안하게 만든다. 소난골은 지난 2013년 총 12억4,000만달러 규모의 드릴십 두 척을 대우조선에 발주하면서 2016년 인도하기로 했다. 선수금 2억5,000만달러를 먼저 내고 나머지 9억9,000만달러는 인도 때 지불하는 ‘헤비테일’ 계약이었다. 막상 인도 시점인 2016년이 되자 소난골의 입장이 흐릿해졌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25달러 수준(두바이유 기준)까지 폭락하자 소난골은 인도를 거부했다. 대우조선은 1조원이 넘는 잔금을 받지 못하면서 최악의 유동성 위기를 겪어야 했다. 실랑이 끝에 양측은 지난해 유가가 상승하자 척당 5억3,000만달러, 총 10억6,000만달러(선수금 2억5,000만달러 포함)에 드릴십을 인도하기로 새 계약을 맺었다.

대우조선은 이번 인도로 확보하게 되는 현금 유동성 8억1,000만달러(약 9,1000억원)를 기반으로 올해 재무계획을 세웠지만 이를 백지화해야 할 위험을 안게 됐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지주의 대우조선 경영권 인수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대우조선이 다시 공적자금을 사용해야 하는데다 4년을 끌어온 관련 리스크가 원점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산업은행으로부터 받기로 한 공적자금 중 남은 2조7,000억원을 쓰지 않고 소난골 잔금으로 회사를 운영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현대중공업지주의 대우조선 경영권 인수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체 조선산업 개편 차원에서 추진한 거래가 소난골 프로젝트 때문에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구조만 놓고 볼 때 현대중공업지주 입장에서는 현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라며 “대우조선도 당장은 공적자금으로 운영할 수 있고 산업은행도 국가적으로 추진한 사안에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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