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급조절로 하반기 반전 노린다

반도체 칩 추가하락 제한적 메시지

업황 '상저하고' 회복 확신

"中 변수 크지 않다" 자신감

최근 마이크론·난야·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업체들이 일제히 올해 투자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총대를 멘 마이크론은 “올해 D램과 낸드를 합쳐 설비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12억 5,000만달러 줄인다”고 밝혔다. 이어 난야와 하이닉스도 투자를 각각 40%가량 축소하기로 했다. 지난 달 31일 실적 확정치를 공개하는 삼성전자(005930)도 이런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메모리 기업들이 투자 축소를 내건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메모리 과점 업체들이 약세장 진입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하반기 업황이 살아날 것이란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급 조절을 통해 메모리 가격 하락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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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거래 업체에 메시지…“메모리 추가 하락 크지 않을 것”

최근 시장에서는 칩 가격을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특히 스마트폰 업체 등 수요 업체들은 메모리 추가 하락을 기대하면서 구매를 미루는 실정이다. 사더라도 소량만 구매하는 등 미온적이다. 실제 D램 가격은 지난해 9월까지 개당 8.19달러(DDR4 8Gb 기준)를 기록했으나 12월에는 7.25달러로 10% 이상 빠졌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올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업체들이 당분간 구매 보다는 재고 소진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에 메모리 업체들은 장비 투자를 축소함으로써 향후 수급이 빡빡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메모리 가격 반등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의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주요 거래선들이 반도체 구매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를 줄이고 출하량을 줄이는 것은 수요업체들에게 더 이상 구매를 미루지 말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②시장에 ‘상저하고’ 회복 확신 던져

주식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도 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주식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실제 작년 하반기 경기가 둔화되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지만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메모리 업체의 선제 수급 조절을 통해 하반기 메모리 업황이 안정적인 회복세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IBM·인텔·웨스턴디지털·램리서치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편입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 Index)도 상승 흐름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작년 12월 24일 1069.39포인트까지 떨어졌으나 지난 28일 1,254.40포인트로 마감해 17.3% 올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반등은 향후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선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③선두 업체들의 자신감, “중국 업체 추격 없다”

반도체 업체들의 이 같은 전략이 가능한 것은 반도체, 특히 D램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강들의 과점 체제가 공고하게 구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작년 3·4분기 기준 이들 세 업체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95.5%에 달한다. 이러한 과점 체제는 향후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더 지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중국의 푸젠진화는 대만의 UMC와 D램 양산을 위해 협력했으나 최근 파트너십이 깨졌다. 파운드리 부동의 1위인 TSMC를 비롯해 대부분의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이 미국의 설계 발주 물량에 의존도가 높아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당분간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선두 업체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선두업체들이 반도체 수급 상황에 따라 투자 계획을 탄력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배경이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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