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NYT는 국민의 적”…NYT “언론 향한 폭력조장 발언”

'수사외압 의혹 보도' 염두한듯…NYT “국민의 적, 독재자들의 표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세바스티안 쿠르즈 오스트리아 총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UPI=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세바스티안 쿠르즈 오스트리아 총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를 ‘국민의 적’이라고 비난하자 NYT가 발행인 명의의 성명으로 위험한 발언이라고 반박하는 등 공방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을 통해 “뉴욕타임스 보도는 거짓”이라며 “그들은 진정한 국민의 적!”이라고 NYT를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다른 트윗에선 “언론이 오늘날보다 더 정직하지 못했던 적은 없었다”며 “실제 전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이야기들이 쓰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글쓴이들은 검증을 요청하는 전화조차 하지 않는다”며 “완전히 통제 불능”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NYT의 어떤 보도를 일컫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자신의 수사외압 의혹을 제기한 NYT의 보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말 법무장관 대행에게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사 자리에 자신의 측근을 임명토록 요구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수사 대상 의혹은 2016년 대선 캠페인 당시 자신과의 성관계를 주장한 여성들에게 캠프 측이 입막음용 돈을 줬다는 의혹을 말한다. 실제 임명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전날 백악관에서 “누가 그런 말을 해줬는지 모르겠다”며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법무부도 성명을 통해 보도를 부인했다.

관련기사



NYT의 그레그(A.G.) 설즈버거(39) 발행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민의 적” 비난을 두고 이날 성명을 내 “‘국민의 적’이라는 말은 거짓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 언론인들에 대한 위협과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이어 “그것(‘국민의 적’ 표현)은 공적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독재자들과 폭군들에 의해 휘둘려왔던 추한 역사가 있다”면서 “그것이 국가의 적에 맞서 싸울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특별히 무분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도 보도에 대해 불평하거나 때로는 모든 미국민이 언론을 비판하는 자유를 활용해왔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단지 곤란한 질문을 하고 불편한 정보를 폭로하는 것에 대해 자유 언론을 적으로 악마화하는 것은 분명히 ‘미국의 원칙’으로부터 후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하며 정확한 보도를 지속하고, 힘든 질문을 던지고, 그것이 어디로 이끌든 진실을 추구할 것”이고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설즈버거 발행인은 지난달 31일 가진 인터뷰에서 가짜 뉴스(fake news)와 언론 자유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나는 진실을 보도하면 좋지 않은 보도도 괘념치 않는다”면서도 “그렇지만 진실이 아닌 나쁜 보도는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도 NYT가 ‘망해가는 신문’, ‘가짜뉴스’라며 공격해왔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뉴스’ 비난이 독재자가 언론을 탄압할 구실을 제공하고 언론을 향한 위협을 늘리는 데로 이어진다며 반박했다.

한편 미 언론은 보도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외압이 사실일 경우 사법 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 강박은 사법방해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법 집행 관리들의 충성을 갈망하고 자신이 위협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쓰러뜨리려는 노력이 그를 심각한 위험으로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뉴스도 “보도가 정확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방해 시도에 연루될 수 있다. 이는 자신과 측근의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 평론가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변호인단의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법무장관 대행과 그런 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며 그 외 제기된 여러 의혹도 사법방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박원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