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가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문서의 목록을 비공개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법원 측에서 판결했다. 비공개 처분이 부당하다는 1심 결과와 다른 결론이 2심에서 내려진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9부(김광태 부장판사)는 21일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장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세월호 참사 당일 문건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 국가안보실에서 구조활동과 관련해 생산·접수한 문건의 ‘목록’을 공개하라며 청와대에 청구했으나, 청와대와 국가기록원은 잇따라 비공개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의 경우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 고등법원의 영장 발부 등이 없으면 최장 15년(사생활 관련은 최장 30년)까지 비공개해야 한다.
송 변호사는 이에 “공개를 요구한 목록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끼치지 않는다”며 “문서의 목록까지 봉인한 것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송 변호사의 주장처럼 해당 문건이 대통령 지정기록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은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자 공개가 원칙이지만, 예외로서 지정기록물을 상세히 분류해 보호한다”며 “아무런 제한 없이 임의로 대통령기록물을 선정해 보호 기간을 지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공개 청구 대상은 대통령비서실 등이 공무수행을 위해 생산한 문건 목록에 불과하다”면서 “관련 법상 지정기록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이러한 1심의 판단을 뒤집었으며, 판결 선고 자리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송 변호사는 이렇게 선고 결과가 뒤집힌 것을 두고 “국가안보나 사생활 등 예외적·제한적 사유로만 지정기록물로 관리하게 한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판결이 아닌가 싶다”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황교안 전 대행의 위법행위를 법원이 소극적으로 추인한 문제점이 있는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대로라면 15년 후에나 세월호 관련 문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문우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