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기업 접대 방식 '문화예술'로 바꾸자

이충관 한국메세나협회 사무처장

이충관 한국메세나협회 사무처장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접대비 규모는 2017년 법인세 신고 기준으로 10조6,500억원에 달한다. 접대비는 기업의 원활한 거래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비용이지만 접대라는 용어는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크다. 향응과 같은 음성적인 접대행위가 주된 원인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국회에서는 기업회계의 접대비를 ‘거래증진비’라는 긍정적인 용어로 바꾸고 손비인정 한도를 늘려 내수를 진작하는 취지의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에는 기업의 건전한 접대문화를 유도하고 문화예술 분야의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문화접대비 제도가 도입됐다. 기업의 접대비 한도가 초과할 경우 문화접대비로 지출한 금액의 20%까지 비용으로 추가 인정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조세특례 조항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기업들 사이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접대비 총액 중 문화접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0.05%로 극히 낮은 수준이다.


제도 홍보가 미흡하다고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문화에 대한 기업들의 가치 인식에 있다.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접대는 비즈니스 상대와 품위 있고 감성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문화예술 소비를 통해 기업 사회공헌 영역의 예술후원(메세나)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이러한 가치에 눈을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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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시대에 국민의 문화예술행사 관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기업들이 사회환경 변화를 감안해 문화적인 방식으로 고객과의 관계 증진에 나선다면 내부직원들의 만족도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특히 기업 간 거래(B2B) 비중이 커서 상대적으로 접대가 많은 중소기업은 문화접대를 통해 영업처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기존 접대비 사용액의 일부를 문화지출로 전환하면 큰 사회적 이익이 발생한다. 이제는 기업이 한 차원 더 높은 발전을 추구하려면 거래 증진을 위한 방식을 바꿔야 할 때다. 문화접대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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