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광주 20대 커플이 3·1절에 서대문형무소에 간 이유는?

서대문형무소서 100년만에 재현한 3·1운동

"유관순 열사, 93가지 고문 받아" 눈물

서대문서 광화문까지 "대한 독립 만세" 함성 울려

시민, “역사 현장에 직접 와서 보니 반성하게 돼”

3.1절 100주년인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에서 박건휘 군, 박정안, 박채연 양(왼쪽부터)이 안중근의사 유묵쓰기 행사에 참여했다./백주원기자3.1절 100주년인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에서 박건휘 군, 박정안, 박채연 양(왼쪽부터)이 안중근의사 유묵쓰기 행사에 참여했다./백주원기자



“대한 독립 만세!”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일대가 별안간 ‘만세’ 소리로 가득 찼다. 100년 전 3·1운동 당시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대형 태극기가 선두에서 시민들을 이끌었고 뒤따르는 시민들은 A4 크기 만한 태극기를 휘날리며 100년 전 감격을 재현했다. 이들은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마치 한 마음인 듯 독립문 사거리에서 광화문 사거리까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행진했다.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일대에서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1,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100년 전 3·1운동의 ‘만세 운동’을 재현하는 등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날 행사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부모 세대가 3·1절이 낯선 자녀 세대에게 ‘독립 운동’의 의미를 몸소 가르쳐 주려고 직접 3·1운동 현장으로 나온 것이다. 3월1일이 생일이라는 김세민(11)군은 엄마와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김군은 “3.1절은 우리나라가 독립한 날”이라며 “사람들도 많고 생일에 이런 곳에 오니 너무 좋다”고 했다. 100년 전 현장을 몸소 재현하려는 듯 한복을 입고 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강시우(13)양은 “100주년이기 때문에 더 뿌듯한 것 같다”며 “이 행사에 참여한 게 우리나라에 관심을 갖게 된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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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행진’ 이후 시민들은 서대문형무소에 마련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안중근의사 유묵 쓰기 △태극연 날리기 △삼일절 기념 가죽 팔찌 만들기 등 가족이 함께 만들고 즐길 수 있는 행사들이 마련됐다. 이행복(40)씨는 “휴일이라고 놀러만 다녔는데 여기 와 보니 반성하게 된다”며 “아이들 교육 차원에서 온 것도 있지만 저도 많이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밝혔다. 아들인 박건휘(10)군은 “유관순 열사가 93가지 고문을 받으며 여기서 지냈다는 게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3·1절 100주년인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앞 3·1독립선언기념탑에서 역사어린이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백주원기자3·1절 100주년인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앞 3·1독립선언기념탑에서 역사어린이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백주원기자


3·1운동 정신을 기리러 먼 발걸음을 한 이들도 있었다. 3·1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남자친구와 광주에서 왔다는 이은영(28)씨는 “우리가 살아있을 때 언제 또 100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행사가 있겠나 싶어서 왔다”며 “책에서 보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게 더 와 닿을 것 같았고 다른 때보다 의미 있는 데이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같은 시각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는 ‘기미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중 최고령인 정암 이종훈 선생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날 이종훈 선생의 후손들은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삼창을 하기도 했다. 이종훈 선생의 후손인 이영수(84)씨는 “세계적으로 독립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우리와 같이 긴 시간을 투쟁한 역사는 없어 매우 자랑스럽다”며 “매년 열리는 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우리 역사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후손인 이주혁(42)씨는 “자녀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연례행사가 있어 감사하다”며 “오전에는 추모행사에 참가해 자녀들과 역사 공부도 하며 자손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데 100주년이라 하니 더 의미 있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
/서종갑·백주원·이서영기자 gap@sedaily.com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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