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이 무산된 충격이 컸는지 김 위원장도 곧바로 숙소인 멜리아호텔로 돌아가서는 1일 오전까지 두문불출이었다. 이날 새벽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예정에 없던 심야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불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입장과 심경을 대신 토로했지만 하노이 담판이 ‘노딜’로 끝났다는 현실은 날이 밝아도 변함이 없다.
공식 확인 된 일정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머무는 동안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던 ‘베트남-북한 우정 유치원’ 어린이들은 이날 오전 내내 김 위원장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과거 북한의 지원으로 설립된 우정 유치원 측은 혹시 모를 ‘VIP’의 방문을 기다리며 입구에 레드 카펫까지 깔았고, 어린이들은 아오자이와 한복을 입고 노래와 춤 연습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가 되어서야 숙소를 벗어나 베트남 공식 방문 일정에 나섰다. 이를 위해 베트남 정부는 오후 1시께부터 하노이 주석궁과 호찌민 묘역 주변의 도로를 일찌감치 통제했다. 김 위원장은 오후 3시 30분께 주석궁을 방문했다.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 됐지만 베트남 정부는 김 위원장의 베트남 공식 방문 일정은 2일까지 변함없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일에는 김일성 주석 이후 55년 만에 베트남을 찾아온 북한 지도자를 환영하며 회담 기간 거리 곳곳에 내걸었던 미국 성조기, 베트남 금성홍기, 북한 인공기 중 성조기는 내리고 금성홍기와 인공기는 남겨두었 다. 공안들도 ‘빈손’ 회담의 여파로 다소 기운이 빠진 듯했지만 그래도 ‘국빈급’ 손님맞이에 최선을 다했다. 하노이 시민들도 교통 통제를 기꺼이 감수하며 김 위원장의 차량이 지나갈 때면 어제, 그저께와 마찬가지로 반갑게 손을 흔들어줬다.
미국과 북한이 이곳 하노이에서 평화를 향해 크게 한 걸음 내딛어줬더라면 한반도는 물론 하노이 시민들에게도 큰 선물이 됐을 텐데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에서 온 취재진을 위해 마련해준 국제미디어센터(IMC) 인근 음식점 직원은 합의 불발에 한국 기자들보다 더 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성과를 내지 못한 회담이 씁쓸하고 아쉽지만 그래도 하노이 시민들은 따뜻했고, 베트남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 베트남 영자 신문 ‘베트남뉴스’의 1일자 기사 제목처럼 ‘평화이든 아니든 간에 베트남은 완벽한 호스트 역할을 했다(Peace or not, Viet Nam plays perfect host)’.
/하노이=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