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설투자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역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이 여파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정부의 목표치였던 3.0%를 넘지 못하고 2.7%에 머물렀다. 경제 지표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에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돌파는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다”라는 게 전문가 다수의 견해다.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의 부활, 혁신성장의 성공 없이는 4만 달러 돌파도 요원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 잠청치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투자는 -4.0%, 설비투자는 -1.6% 감소했다. 정부소비가 늘었지만 한계는 뚜렷했다. 정부소비는 전년 대비 5.6% 증가해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경기 둔화를 막지 못했고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2.7%에 머무르며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의 기준이 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08년 0.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다.
이 때문에 1인당 GNI 3만 달러를 돌파에 대한 평가도 박하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제 규모가 계속 커왔고 2017년 이미 3만 달러에 근접해 있던 측면이 있다”며 “또 환율이 많이 안정돼 있어서 3만 달러 진입은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소비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을 1.0%로 끌어올린 것은 맞다”면서도 “시장의 가격에 민감해 하는 민간 소비와 달리 정부 소비는 의료와 복지 등에 투입 돼 민간에선 체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20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등 정부 주도로는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규제로 건설투자가 최악을 기록하자 각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일부 예타 면제하기로 했다.
고용시장 위축과 양극화 심화 역시 3만 달러 돌파의 체감도를 더욱 낮추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의 고용탄성치(고용 증가율을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로 나눈 값)는 0.136으로 2009년 -0.518 이후 최저였다. 성장률 자체도 낮은데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지난해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폭도 9만 7,000명으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했다.
양극화도 악화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 월평균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전년 대비 역대 최대인 17.7% 감소했다. 반면 최상위 계층인 5분위 가구 명목소득은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폭인 10.4%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4만 달러 돌파에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 연구위원은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 않고 줄어들기 때문에 인구 효과에 따른 1인당 GNI 증가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성장률이 향후 2%대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주력산업의 산업구조 개편과 신산업에 대한 성공이 4만 달러 시대의 필수 요소라는 주장도 나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박사는 “4만 달러 시대를 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모두 체감할 수 있고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가야 한다”며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고 4차산업혁명에 적극 대비해 성장률 자체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인 등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공공기관의 단기 일자리 등의 방식은 효과가 단기적”이라며 “결국 민간이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