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개학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한유총의 설립허가를 취소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교육당국의 철회 요청에도 지난 4일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것이 설립허가 취소의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조 교육감은 “강경한 지도부 일부가 달라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진적 길로 다수의 유치원을 끌고 가고자 했다”며 “이번 설립허가 취소가 사립유치원이 국민이 원하는 미래지향적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의 발표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에 설립허가 취소 예고통지를 전달했다. 이후 한유총의 의견을 듣기 위한 청문회를 오는 25~29일 중 진행한 뒤 서울시교육청은 설립허가 취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한유총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관련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설립허가 취소라는 존립 위기에 더해 한유총에 대한 검찰 조사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공정거래법과 유아교육법·아동복지법 위반 등을 사유로 서울중앙지검에 한유총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단체는 “한유총의 집단행동은 사업자단체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은 물론 교육권 침해를 넘어 유아교육법과 아동복지법을 어긴 아동학대 범죄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이 일일천하에 그치면서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교육당국의 행정 절차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날 교육부는 이달부터 에듀파인을 도입해야 하는 원아 200명 이상 대형 유치원 581곳 가운데 휴·폐원이 확정된 7곳을 제외한 나머지 574곳 중 58.9%(338곳)가 에듀파인 도입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가운데 22곳은 한유총이 4일 오후5시께 개학 연기 철회를 밝힌 후부터 이날 오전 사이에 새로 도입 의사를 밝혔다. 한유총이 주도한 개학 연기 사태도 ‘보육대란’으로 번지지 않고 종지부를 찍었다. 이날 교육부는 전국 사립유치원 3,875곳 중 개학을 연기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