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위적 시장개입의 비극]카드사-가맹점 싸움만 붙여놓고 나몰라라

■후폭풍 커지는 수수료 인하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영세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카드가맹점 결제수수료 인하에 개입하면서 현대자동차나 이동통신사·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들의 갈등은 오래전에 예고됐다. 수수료 인하 당시에도 영세자영업자의 표심을 얻으려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연 매출 300억원에서 500억원 이하의 가맹점까지 수수료를 낮춰주다 보니 영세자영업자의 추가 혜택은 없고 대형마트 가맹점만 혜택을 보는 기형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대신 카드사들은 연간 8,000억원 규모의 가맹점 수수료 이익이 줄면서 실적 감소라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올해도 카드사들은 전년 대비 20~30% 정도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결국 카드사들은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고 대형 가맹점은 가뜩이나 내수가 좋지 않아 수수료율 인상은 어렵다며 계약해지라는 강수를 두면서 정면 충돌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 양측 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현대차를 사고 싶어도 특정 카드로는 결제가 안 되는 결제불통 사태로 이어져 고객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정부는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할 때는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려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립 서비스만 늘어놓더니 막상 갈등이 표면화되자 뒷짐만 지고 있다. 애초부터 금융당국이 제조업체나 이동통신사·백화점 등을 압박할 수단이 없으면서도 공수표만 날린 셈이다. 정부의 투박한 수수료 시장 개입으로 소모적인 사회적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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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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