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19 서울 마약지도] 서울 5개구 중 1곳 '마약 오염'…외국인·SNS 타고 급속침투

강남구서만 5년간 617명 검거

홍대·이태원·강남이 허브 역할

'암수범죄' 상당한 사건 특성상

일부 빼곤 사실상 모두 우범지대

"美처럼 전담 수사청 신설해야"

“주민 왕래가 빈번한 주택가 밀집지역에서 마약 거래가 이뤄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지난 2015년 8월 서울 중랑구 일대에서 필로폰을 유통·투약한 혐의로 34명이 단체로 검거되자 경찰은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택가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엽기 갑질’ 양진호 회장을 비롯한 유명인 대부분이 주거지인 자택 등지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검거됐다. 마약이 더 이상 유흥가 등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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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문은 갈수록 심화하는 국내 마약 범죄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최근 5년간 서울지방경찰청 마약류 사범 검거자료’를 입수했다. 자료 분석 결과 인구 10만명당 마약범이 20명 이상인 서울시 자치구는 5곳으로 나타났다. 통상 인구 10만명당 마약범이 20명 미만이면 ‘마약청정국’으로 분류된다. 이를 감안할 때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0%는 이미 ‘마약 오염지대’인 것이다. 해당 지역은 △용산구(31명) △중구(29.5명) △강남구(27.4명) △영등포구(26.8명) △종로구(22.1명)로 파악됐다. 그러나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은 ‘암수범죄’가 상당한 마약 사건의 특성상 마약 우범지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 전체로 봤을 때 인구 10만명당 마약범은 이미 20명을 훌쩍 넘어섰다”며 “서울 몇 개 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범지대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2014~2018년 기준 서울에서 마약류 사범이 가장 많이 검거된 자치구는 강남구로 617명이었다. 강남구 관할인 강남경찰서(487명)와 수서경찰서(130명)를 합친 수치다. 서울 자치구 평균인 210명보다 2.93배나 많았고 최저인 성북구(27명)의 22.8배였다. 이 같은 수치는 최근 버닝썬 사태로 불거진 마약 유통 정황에서 엿볼 수 있듯 강남구에 주로 위치한 대규모 유흥업소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교수는 “마약류 사범 검거 수와 자치구 간 연관성이 낮을 수 있다”면서 “강남의 경우 유흥업소에서 마약을 투약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강남을 비롯한 일명 ‘초승달 벨트’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대·이태원·강남’으로 이어지는 초승달 벨트는 마약류 사범의 주 활동지로 서울 전역으로 마약을 전파하는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 기준으로 홍대가 속한 마포구에서 302명, 이태원이 속한 용산구에서 237명의 마약류 사범이 검거됐다. 이는 각각 6위와 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 지역이 2~3위가 아닌 것은 마약 구매 장소와 투약 장소가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팀장을 지낸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외래교수는 “마약류 사범 중 투약 사범 비중이 60% 정도”라며 “초승달 벨트에서 마약을 구매해 거주지로 돌아와 투약하다 검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자치구에서도 마약류 사범이 많이 검거됐다. 관악구와 영등포·금천구가 대표적이다. 이들 자치구에서는 최근 5년 사이 마약류 사범이 각각 373명, 320명, 312명 검거돼 3~5위를 차지했다. 이들 지역은 외국인노동자 거주 비율이 높거나 경기도권 외국인노동자 밀집지역인 시흥·안산 등과 지리적으로 밀접하다는 특징이 있다. 윤 교수는 “산업단지 등에서 주로 동남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노동자들이 모국에서 ‘야바’라는 마약을 들여와 투약하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야바는 필로폰 25%와 카페인 성분 70% 등을 혼합해 만든 합성마약으로 동남아 마약밀매조직이 개발해 해외에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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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948명이 검거돼 2014년(551명) 대비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중국인 비중은 5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지도사는 “동남아 등지에서는 한 집 걸러 한 집이 마약을 할 정도로 퍼져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최근 급격히 진행된 다문화 분위기와 마약 유통 확산이 연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약류 사범 검거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자치구는 4곳으로 드러났다. 영등포·용산·구로·양천구로 각 지역은 2014년 대비 2018년 검거인원이 많게는 7.7배에서 적게는 2.9배까지 늘어났다. 최근 5년 마약류 사범 검거인원이 적은 자치구는 동작·양천·성북구 등이다. 동작구는 지난 5년간 25개 자치구 중 마약류 사범 검거인원이 40명에 그쳤다.

이처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마약 범죄가 만연한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 관행이 꼽혔다. 실제 최근 3년간 마약사범의 1심 통계를 보면 벌금과 집행유예가 40%를 오르내릴 정도다. 중형인 3년 이상을 선고받은 마약사범은 전체의 4.8%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교수는 “한국인이 중국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가 사형집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중국은 엄벌주의를 펼치지만 우리 정부는 마약범에 한해 관대한 처벌을 해 사실상 마약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검찰과 경찰·관세청은 물론 국가정보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기관이 모두 공조해야 마약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다”며 “미국처럼 마약수사청을 신설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종갑·방진혁기자 gap@sedaily.com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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