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일대에서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최근 계속 포착되면서 미국 조야에서 북한에 대한 경계감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아직 북한의 정확한 의도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단정적인 평가는 일단 삼가면서도 ‘불길한 징후’라는 쪽으로 워싱턴의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노이 담판 결렬 과정에서 북한의 최대 약점이 ‘제재’인 것으로 확인된 만큼 제재의 고삐를 더 죄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동창리 움직임과 관련해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며칠 만에 드러난 이번 사실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한 외교적 치적으로 주장해온 미사일 실험의 유예를 끝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두고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있어 불길한 징후(ominous sign)”라고 풀이했다. 또 WP는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을 인용해 “북한이 무언가를 하고 나서 평화적인 위성 발사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북한이 둬온 ‘오랜 수’”라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스팀슨 센터 수석연구원이 “북한의 시설 복구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위한 준비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하는 등 아직은 좀 더 지켜보자는 견해도 있다.
이처럼 미국은 북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은 “비핵화 없이는 (북미 간) 관계 정상화도 없다”며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드너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외교위 대상 비공개 브리핑 이후 나왔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이날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미국의 향후 대북 정책’ 토론회에서도 제재 압박을 강조하는 대북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대북제재 실효성에 대한 해묵은 논란에 종지부가 찍혔다”고 평가했고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김정은이 다른 어떤 것보다 제재에 집중한다는 것은 제재가 미국의 유일한 지렛대이며 앞으로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제재 카드가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낼 핵심 카드라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여전히 남북 경협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 특보는 “하노이 회담의 패배자는 회담 당사자들이 아니라 시작 전부터 너무 많은 것을 걸었던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라며 “남북 경협을 가능하게 해줄 비핵화 조치와 제재완화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