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에 퀄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이 단일 탑재된다. 삼성전자가 북미·중국 수출용이 아니라 내수를 포함한 전 제품에 자사 AP 엑시노스 대신 스냅드래곤을 사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폴더블이라는 새 카테고리의 탄생을 알리는 상징적 제품인 만큼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폴드’ AP로 삼성전자 ‘엑시노스 9820’이 아닌 퀄컴의 ‘스냅드래곤 855’만 탑재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발표한 공식사양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 공식사양에서 ‘7나노 64비트 옥타코어 프로세서’가 중앙처리장치(CPU)로 탑재된다고 밝혔다. ‘스냅드래곤 855’가 대만 TSMC에서 7나노 공정으로 생산되는 반면 ‘엑시노스 9820’은 삼성 파운드리에서 8나노 공정으로 생산된다. ‘갤럭시 S10’ 시리즈 공식사양에 CPU로 7나노와 8나노 프로세서가 모두 기재돼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같은 날 공개됐지만 이미 공식 판매에 들어간 S10 시리즈, 오는 4월 출시되는 4G용 모델과 달리 ‘갤럭시 폴드’ 5G 모델은 5월 이후에 출시된다는 일정도 이를 뒷받침한다. 퀄컴이 AP와 함께 판매하는 신규 5G 모뎀 칩 ‘X50’이 5월에나 출하되기 때문이다. 퀄컴은 출하 시점을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5G 스마트폰 상용화 시기와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5G 스마트폰 출시일이 늦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갤럭시 폴드’가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기기라는 점을 고려해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전문 매체 아난드텍이 최근 PC마크를 통해 실시한 AP 성능측정(벤치마크)에 따르면 웹브라우징 테스트에서 ‘엑시노스 9820’은 7,867점을 기록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855(9,177점)’와 화웨이 ‘기린 980(1만230점)’에 모두 뒤진 수치다.
‘갤럭시 폴드’가 시범제품인 만큼 수직 계열화의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올해 폴더블폰 판매 목표치를 100만대로 잡았다. 업계의 갤럭시 S10 연 판매 예상치인 4,000만대의 40분의1 수준이다. ‘갤럭시 폴드’는 이미지센서 또한 자사 ‘아이소셀’이 아닌 소니 제품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개발자들은 여러 가지 테스트를 통해 가장 최적화된 부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