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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낙산자락 언덕에 포근히 안긴 '창신동·이화동' 찾는다




9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봉제산업의 메카 창신동과 이화동을 찾는다.

겨울의 끝자락, 함박눈이 아름답게 내려 동대문부터 시작되는 성곽을 사이에 두고 김영철은 이화동과 창신동을 마주한다. 성곽을 경계삼아 성곽 안쪽은 ‘이화동’ 성곽 바깥에는 ‘창신동’. 성곽 사이 비밀의 통로처럼 나있는 ‘암문’으로 두 동네를 드나들 수 있다.


성곽 너머 창신동을 걷다보면 등장하는 커다란 절개지가 배우 김영철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파른 절벽과 함께 절경을 이루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명소가 된 이곳은 1900년대 초, 일본강점기 때 채석장으로 활용된 곳이다.

당시 조선총독부, 옛 서울역, 한국은행 본점 등이 창신동 화강암으로 지어졌다. 아픈 역사가 서린 곳에 터전을 이루기 시작한 창신동 사람들. 가파른 절벽의 위아래로 주택들이 자리 잡으며 돌산마을이 이루어졌다.

조망점에 올라가 절개지를 둘러보는 배우 김영철, 아픈 역사의 한 조각을 되짚어 보며 절벽 끝자락까지도 터전을 이룬 동네의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좁은 골목 사이로 원단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들의 경적소리, 바닥에서 나오는 새하얀 김들로 특유의 활기를 발산하고 있는 창신동의 봉제골목으로 시선은 이어진다.

동대문 평화시장과 가까워 자연스럽게 창신동 주택가에 하나둘씩 봉제공장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생계를 유지하기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창신동에 자리 잡은 사람들. 창신동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봉제업을 하는 곳으로, 완성된 옷이 탄생하기 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원단을 받아 재봉틀을 돌려 옷을 만들고, 다리미질 후 배달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해내야 하다 보니 창신동 사람들은 늘 시간과 싸우는 중이다.

바쁘게 옷을 옮기는 사장님의 모습에 이끌려 김영철이 들어간 곳은 완도 출신의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공장. 옷을 만드는 여러 단계 중에서 부부는 옷을 완성하는 마무리작업을 담당한다. 봉제사들로부터 만들어진 옷을 받아 단추를 달고, 실밥을 다듬고 다림질을 하는 부부. 원단마다, 단추 형태마다 일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부부는 말 없이도 척척 일감을 해치워 나간다. 열심히 하루를 보내며 달려온 시간도 어느덧 30년 째, 부부는 늘 작업장으로 끊임없이 들어오는 옷감을 마무리해 무사히 배달해준다. 바쁜 와중에도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주는 정겨운 부부의 모습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봉제 골목 끝에 자리 잡은 봉제역사관으로 발길이 이어진다. 봉제역사관에서 과거 7, 80년대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었던 봉제 산업에 관한 사료와 마스터들의 이야기, 그들의 작업물을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 김영철은 창신동 사람들의 손 때가 묻은 오래된 재봉틀을 살펴본다. 재봉틀을 보며 문득 어릴 적 어머니가 생각나 조용히 눈시울을 붉히는 그는 어머니가 재봉틀을 돌려 하얀 옷을 만들어 입혀주던 어린 날의 기억이 떠올라 오랜 시간 재봉틀 앞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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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냄새에 시선이 머문 곳은 40년 넘은 창신동의 곱창집. 2대째 이어온 곱창집은 지금도 봉제사들이 손꼽는 창신동의 숨은 맛집.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손수레에서 곱창에 채소와 당면을 같이 넣어 푸짐하게 대접해줬던 곱창집 할머니. 싸고 푸짐했던 곱창은 주머니 사정 여의치 않았던 동네 사람들에게는 고맙고 든든한 한 끼였다.

고단한 인생을 녹여주는 할머니의 인심과 손맛으로 곱창집에는 봉제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는데···. 예전에는 배고파서 먹고 지금은 추억으로 먹는다는 창신동 곱창. 곱창 집 한 귀퉁이에 앉아 할머니가 만들어준 곱창을 먹어보며 김영철도 푸짐한 세월의 맛을 느낀다. 고된 하루하루 서로가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며 열심히 살아온 창신동 사람들의 추억어린 음식을 만나본다.

봉제공장이 늘어나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골목시장도 있다. 김영철은 골목시장을 누비며 특유의 따뜻함과 정겨움으로 시장 곳곳의 사람들을 만나본다.

골목시장 한 켠에서 김영철의 눈, 코, 입을 사로잡은 음식은 창신동 골목시장의 명물 매운 족발. 어린 나이에 청양에서 올라와 봉제 일을 시작했던 족발 집 사장은 점점 더 힘들어져 가는 가계사정에 족발장사를 시작했고, 특급 소스를 개발했다. 불 맛 나는 족발의 화끈한 맛 덕분인지 해마다 작은 골목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만 간다는데, 그는 족발과 함께 사장님의 이야기 한 점을 맛본다.

과거의 모습들을 그대로 머금고 있는 동네, 이화동. 옛날 그 시절을 볼 수 있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가파른 언덕길이지만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느낌에 젊은이들과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수십 년 된 가옥들을 개조해 마을 사람들의 물건들을 전시해놓은 마을 박물관에 들어가 보는 김영철. 오랜 세월을 견뎌온 살림살이들을 하나 둘씩 살펴보다, 그 곳에서 정겨운 이화동 할머니들을 만나 박물관 살림살이에 담긴 추억어린 사연을 들어본다.

창신동에 오랜 세월을 머금고 있는 한 골목 어귀. 한눈에 들어오는 오래된 도장 노포를 발견한 김영철, 요새는 보기 힘든 도장이라 신기한 마음에 가게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바닥이 패이도록 오랜 시간 도장만 팠던 인장 장인.

컴퓨터로 손쉽게 도장을 찍어내는 시대에 손도장만이 진정한 도장이라는 신념 하나로 우직하게 일해 왔다. 마지막까지 글자에 정성을 다해야 명품이 나온다고 믿어 글자 한자 한자 정성을 담아 이름을 쓰고 손으로 도장을 조각하는 장인의 모습에 배우 김영철도 절로 겸손해진다.

한편 치열하게 일구었던 삶의 터전을 견고하게 지켜내는 창신동 사람들의 이야기는 9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 공개된다.



김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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