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洑개방 후 이미 농토 말라가는데 철거라니…피 토하는 심정"

■농사철 접어든 '공주보'에선

"관정 100여개 물 끊겨있는데…

정부가 농민들 생존권 빼앗나"

철거 결사반대 수백개 현수막

"해체땐 또다시 건설폐기물 가득

농업용수 확보 어떻게…" 한숨만

공주보 철거 반대 추진위원회 등 공주지역 각종 단체들이 공주보 양쪽에 수백개의 철거 반대 현수막을 내걸며 철거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공주=박희윤기자공주보 철거 반대 추진위원회 등 공주지역 각종 단체들이 공주보 양쪽에 수백개의 철거 반대 현수막을 내걸며 철거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공주=박희윤기자




충남 공주시 쌍신동에서 만난 농민 이만주씨가 쌍신뜰 내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지속된 겨울·봄 가뭄에 말라버린 흙을 들어보이며 봄농사를 걱정하고 있다. /공주=박희윤기자충남 공주시 쌍신동에서 만난 농민 이만주씨가 쌍신뜰 내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지속된 겨울·봄 가뭄에 말라버린 흙을 들어보이며 봄농사를 걱정하고 있다. /공주=박희윤기자


“공주보 인근 지역 농민들은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심정이에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먼저 나서서 농민들의 생존권을 빼앗으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지난 8일 오후 충남 공주시 쌍신동 쌍신뜰에서 만난 농민 이만주(65)씨는 간절한 눈빛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쌍신뜰은 공주보 상류 지역인 탓에 지난해 공주보 개방 이후 농토가 메말라가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민관 공동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지난달 공주보를 포함한 3개보의 전면 또는 부분 해체를 제안한 가운데 농사철인 3월로 접어들자 지역 농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공주보를 중심으로 두 길가에는 ‘공주보 철거 결사반대’ 등 구호가 적힌 수백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어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지난해 공주보 개방 이후 대파농사를 망쳤다는 이씨는 “비닐하우스 2개동에서 작물이 모두 말라 죽어 2,000만원 이상 피해를 봤다”며 “넓디넓은 쌍신뜰 전체가 말라가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올해 농사를 위해 논두렁 작업을 하고 있던 김창화(77)씨도 “쌍신뜰에 있는 관정 대부분이 농민들이 파놓은 것인데 현재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보 개방 이후 관정 고갈이 심화돼 보가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고 한숨지었다. 지역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김정섭 공주시장은 지난주 가뭄에 따른 피해를 면밀히 파악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리고 공주 전역 읍·면·동은 가뭄피해 실태 전수조사에까지 나섰다. 지난해 공주보 개방 이후 농민 등 지역주민들이 겪고 있는 피해를 종합해 정부에 가뭄대책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겠다는 복안이다.


공주시에 따르면 쌍신뜰에는 시가 관리하는 관정이 7개가 가동 중이다. 특히 농부들이 농사를 위해 파놓은 관정은 100여개에 달하는데 이는 대부분 깊이가 10m 정도라서 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농민들은 “금강 바닥과 쌍신뜰의 표고 차가 30m에 달해 농토가 더욱 메말라가고 있다”며 하루속히 보를 정상가동하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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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신동에서 통장을 맡고 있는 김윤호(60)씨는 “쌍신뜰 80㏊에 130여명의 농가가 농사를 짓고 있는데 지난해 보 개방 이후 금강에서 들어오는 물줄기가 끊겨 비닐하우스 농가 등의 피해가 무척 크다”며 “우선 보를 닫고 물을 가둔 뒤 다시 물줄기가 살아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환경부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일을 처리하면서 농사현장의 어려움을 수용하지 않고 이론적으로만 얘기한다”며 “환경부가 오는 6월까지 마을단위별로 의견 조사를 실시한다는데 실상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고구마 농사를 위해 밭에 나온 이중섭(65)씨도 “공주보가 미관상 나쁘지도 않고 건립에도 엄청난 돈을 투입했는데 또 국민 세금으로 부순다니 말이 안 나온다”며 “보를 철거하면 또다시 건설폐기물 등 환경오염이 생기고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돈을 들여야 할 텐데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공주보에서 만난 이국현(59) 공주보 철거반대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지역주민과 농민의 의사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공주보 부분 해체 결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공주시민들은 공주보 철거 반대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계태 공주시 하천시설팀장은 “향후 공론화위원회 등을 통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며 “지역 농민들의 생생한 현장 고충을 충분히 담아 지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주=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

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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