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대교입니다. 강주아오 대교를 보면서 중국인이라는 사실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해 말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앞두고 개장한 강주아오 대교 출입경 대합실에서 만난 50대 중국 여행객 저우시펑씨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올해 건국 70주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의 성과를 자랑했다. 중국 본토 광둥성 주하이·홍콩·마카오를 연결하는 강주아오 대교는 중국이 세계 최장 해상·터널 대교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곳이다.
강주아오 대교는 지난 40년간의 개혁개방으로 고속 성장을 일궈 온 중국의 현주소이자 지난 1949년 10월1일 설립된 신중국이 꿈꾸는 ‘중국몽(中國夢)’의 상징이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나라 이름이 어색했던 변방 농업국가 중국은 1978년부터 40년간 연평균 9.6%의 경제성장률을 일궜다.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40년간 60배 넘게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세계 경제 성장에 중국이 기여하는 비율은 34%로 단연 으뜸이다. 인공지능(AI)·안면인식 분야 등 일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선두 수준이고 5세대(5G) 이동통신과 양자컴퓨터 같은 미래 산업에서도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현저하게 좁혀졌다.
고속 성장의 와중에 집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2049년 건국 100주년을 맞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1842년 아편전쟁 이전 세계 역사를 주름잡던 중국으로 되돌아가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을 실현하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했다.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잇는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 ‘일대일로’를 통해 미국에 맞서는 신패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몽을 부추기며 미국과 일대 혈전을 불사하겠다고 나선 지난해부터 중국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돌고 있다. 시진핑 집권 2기가 출범한 지난해 상하이에서는 시진핑 초상화에 먹물을 투척하는 사건이 터졌다. 10월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이했지만 중국의 서민들 사이에서는 건국 70주년의 자부심보다는 치솟는 물가와 팍팍해진 실물경제에 지도부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베이징 시내 왕징의 알리바바가 입주한 빌딩 건물 바로 뒤편에 위치한 서민촌 둥신뎬에는 폐점하는 가게가 급증하고 식당이나 상가를 찾는 사람들도 현저하게 줄었다. 이 지역 식당에서 일하는 류앤즈씨는 “베이징 중심부는 번지르르해졌지만 라오바이싱의 삶은 더욱 고달파졌다”고 토로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한 외국인 교수는 “아직은 시 주석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두터운 편이지만 지식인과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출생) 이후 신세대는 무역전쟁 예방은커녕 수세적 입장에 내몰리도록 방치한 최고 지도부 참모진을 제 몸만 챙기는 환관(宦官)에 비유하며 도대체 언제 적 사람이 세상의 변화를 아직도 읽지 못하고 과거 업적에 도취한 채 국민을 오도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터뜨린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시작된 후 실물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중국에서는 디돤런커우(低端人口)로 불리는 하층민의 불만이 급격히 커지는 분위기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베이징대와 베이징사범대 연구 결과를 인용해 발표한 것에 따르면 2002년 0.538이던 중국의 자산 기준 지니계수는 2012년 0.739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빈부격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0.4가 넘으면 소득 불균등이 심각한 상태다. 2017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마지막 공식 중국 지니계수는 0.4670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중국 외교부 고위 간부는 “고속성장 시대를 즐겼던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과 시진핑 절대 통치체제의 강압적인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긴장의 시대로 내몰리고 있다”며 “중국은 이제 그 누구도 미래를 단정적으로 예단할 수 없는 거대한 회색 파도의 물결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주하이=홍병문 논설위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