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임성재 "목표요? 우승이 아니라 예선 통과죠"

PGA 아널드파머 공동 3위

투어 데뷔 후 최고 성적 기록

신인왕 경쟁에 다시 불씨 붙여

"기복 없는 장점 보여줘 만족

한걸음씩 내디디면 우승 올것"

임성재가 11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에서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그는 5개월 새 상금으로만 15억원을 넘게 벌었다. /올랜도=AFP연합뉴스임성재가 11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에서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그는 5개월 새 상금으로만 15억원을 넘게 벌었다. /올랜도=AFP연합뉴스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 획득 뒤 기념촬영 하는 임성재. /사진제공=PGA 투어브리티시 오픈 출전권 획득 뒤 기념촬영 하는 임성재. /사진제공=PGA 투어


“지난주만 해도 마치 귀신에 씐 것처럼 매 홀 보기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번 대회에서는 나흘 내내 스코어 기복이 별로 없는 제 장점을 잘 보여드린 것 같아 기분 좋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낸 신인 임성재(21·CJ대한통운)는 순위나 상금보다 자신의 골프를 되찾았다는 사실에 더 기뻐했다. 그는 11일(한국시간)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을 마친 뒤 다음 대회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대회장으로 이동하던 중 기자의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임성재는 “앞으로도 매 대회 예선 통과를 목표로 나가고 특히 3·4라운드에 집중하면서 톱10이나 톱5를 바라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겨울 국내에서 만났을 때 “새해 꼭 1승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임성재표 골프’로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언젠가 세계대회 우승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임성재는 이날 올랜도 베이힐 클럽&로지(파72)에서 끝난 아널드 파머 대회에서 9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올 시즌 데뷔 후 최고 성적이다. 12언더파 우승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와는 3타 차로 디펜딩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8언더파 공동 6위·북아일랜드)를 내려다봤다. 상금 47만3,200달러(약 5억3,000만원)를 보탠 임성재는 시즌 상금 133만8,333달러(약 15억1,000만원)로 26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 중 최고 순위다. 시즌 성적 합산 포인트인 페덱스컵 랭킹도 26위다. 다음 시즌 출전권을 지난달에 사실상 확보한 임성재는 ‘생존’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편히 투어를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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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1위였던 임성재는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기록, 개인 최고 순위를 찍었다. 지난해 10월 세이프웨이 오픈 공동 4위, 지난달 피닉스 오픈 공동 7위에 이은 시즌 세 번째 톱10 진입이다.


2부 투어인 웹닷컴 무대를 상금왕, 올해의 선수, 신인상 수상으로 평정하고 올라온 임성재는 PGA 투어 신인상 레이스에도 다시 불을 붙였다. 페덱스컵 랭킹에서 캐머런 챔프(19위), 애덤 롱(21위·이상 미국)을 바짝 따라붙었다. 최근 PGA 투어가 조명한 신인상 후보에서 빠져있는 데 대해 “몰랐었는데 마음이 아프다”며 장난스럽게 웃어넘긴 임성재는 “못 칠 때는 주목받지 못 하는 게 당연하다.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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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는 최근 3개 대회에서 컷 탈락-컷 탈락-공동 51위로 부진했다. 낯선 그린 환경에 애를 먹었을 뿐 샷 감각은 좋았던 2개 대회보다 51위를 한 지난주 혼다 클래식이 더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3·4라운드(77타, 71타)에 그렇게 못 친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일본 투어나 웹닷컴 투어 뛸 때도 그런 적은 없었어요. 누가 제 몸에 들어와서 저주를 내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임성재는 그러나 한 주 만에 슬럼프 조짐을 깨고 날아올랐다. 감기 증세로 기침을 달고 치면서도 마지막 날 중장거리 퍼트를 쏙쏙 넣었다. “지난주 대회 때 새로 바꿨던 퍼터 대신 예전 퍼터를 다시 꺼내 재미를 봤다”는 설명이다.

임성재는 톱10 선수 중 브리티시 오픈(디오픈) 출전 자격이 없는 상위 3명에게 주는 출전권도 따냈다. 8언더파 공동 6위의 강성훈 등과 함께다. 7월 열리는 디오픈은 최고 전통의 메이저대회. “대회 중에야 디오픈 출전권이 걸린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꼭 따내겠다는 욕심은 내지 않았다”는 임성재는 “마스터스도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 하지만 찬스가 오면 놓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열릴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에 임성재는 우승이 있어야만 참가할 수 있다. ‘제5의 메이저’라는 이번 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는 웹닷컴 상금왕 자격으로 나가고 다음 주 발스파 챔피언십에도 출전한다. 이 2개 대회에서 세계랭킹을 끌어올리면 그다음 주 델 매치플레이에도 초청받는다. 이 3개 대회 중 우승이 터지면 마스터스에 간다. 임성재는 “일단 플레이어스 대회는 메이저 다음으로 큰 대회이고 톱랭커들이 전부 출전하니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버디를 잡았을 때 세리머니가 과감해졌다는 말에 “이제 본능처럼 나오는 것 같다”며 웃은 임성재는 현지 팬들도 많아진 것 같다는 얘기에는 “아직 여기서는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몰리나리는 3라운드 공동 17위에서 5타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극으로 상금 약 18억5,000만원을 가져갔다. 안병훈이 7언더파 공동 10위에 오르는 등 한국 선수 3명이 톱10에 들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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