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각국·항공사 잇단 B737맥스 운항중지에 보잉 ‘사면초가’

美FAA ‘안전한 기종’ 발표에도 공포 확산 ‘일파만파’

주가 한 때 12% 폭락…역대급 보험금·소송 우려 커져

생산주문 5,000대, 연 매출 40% 차세대 주력기 ‘흔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렌튼의 보잉 제조공장에 ‘B737 맥스’ 여객기가 줄지어 세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렌튼의 보잉 제조공장에 ‘B737 맥스’ 여객기가 줄지어 세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이은 추락사고로 미국 보잉의 차세대 주력기 ‘B737 맥스(MAX)’ 시리즈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커져가는 가운데, 전 세계 항공사의 운항 중단 발표가 이어지고 보험금 청구,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며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에 이어 5개월 만에 에티오피아항공 같은 기종의 추락사고가 잇따르며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12일 미국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전날 일단 B737 맥스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airworthy) 기종’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놓았다. 각국 정부와 항공사가 운항 중지를 결정한 것에 반해, 보잉을 옹호해준 셈이다. 그러면서 “미국 상업용 항공기의 안전성을 지속해서 평가하고 감독하고 있다”며 “안전에 영향을 주는 이슈를 확인하면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늦어도 4월까지 보잉 항공기의 설계·제어를 강화하고 훈련 메뉴얼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언급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보잉 역시 같은 날 B737 맥스의 안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역시 기장의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비행제어시스템을 개선하고 수주 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B737 맥스 운항 중단을 결정하는 국가와 항공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해당 기종의 최대 구매자로 알려진 미 사우스웨스트항공에는 고객들의 안전성·예약변경 문의가 빗발치고 항공사 승무원 5만명 이상이 소속된 항공승무원연합(CWA)도 FAA에 정식 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의 아에로멕시코, 중남미 케이맨항공, 브라질 골(Gol), 몽골 MIAT몽골리안항공, 남아프리카공화국 컴에어항공 등이 모두 운항을 잠정 중단했으며 베트남 민간항공국(CAA)은 아직 이 기종을 도입하지 않았음에도 당분간 B737 맥스 8의 사용 허가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인도네시아가 운항 중단을 발표했고, 싱가포르는 아예 B737 맥스 전 기종에 대해 운항은 물론 영공 진입까지 차단했다. 12일 호주도 자국을 드나드는 B737 맥스 운항을 중단시켰고, 한국 이스타항공도 13일부터 보유 중인 2대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항공의 B737 여객기가 추락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공항 남쪽지역 사고현장에 비행기 파편이 쌓여있다.    /AP연합뉴스11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항공의 B737 여객기가 추락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공항 남쪽지역 사고현장에 비행기 파편이 쌓여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보잉 B737 시리즈의 주력 기종인 만큼, 운항 중단이 더 늘어나면 피해 보상 및 보험금 청구 등 보상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고로 보잉의 보험사가 지불할 파손 비행기 보험금만 5,000만 달러(564억4,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100년 역사의 보잉이 기업 존립마저 위태로운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는 평가다.


또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3일까지 1주일간 B737 맥스 여객기는 전 세계적으로 8,500편 이상 운항한 것으로 뉴욕타임스(NYT)는 집계했다. 보잉의 주력제품인 B737 시리즈의 차세대 주력 기종인 만큼 각국 항공사에 350대 이상 등록되어 있고, 이미 주문받은 물량만 수천 대에 달한다. 가장 보유 대수가 많은 항공사는 34대를 보유한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이고, 아메리칸에어라인·에어캐나다도 각각 24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중국 남방항공(22대), 노르웨이항공(18대), 중국 국제항공·독일 TUI플라이(각 15대) 순이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1월 기준으로 B737 ‘맥스9 베리에이션’ ‘맥스7’ ‘맥스10’을 포함한 맥스 기종 주문이 5,000대 이상 쌓여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는 향후 보잉 출하량의 3분의 2, 연간 매출의 40%에 달하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보잉 역사상 최고 히트작이라는 평가 속에 올해 주가를 30% 넘게 급등시킨 이 ‘대박 새 기종’의 사고는 주가도 끌어내렸다. 지난 8일 422.54달러를 기록했던 보잉 주가는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한때 12% 넘는 하락세를 보였고, FAA 입장 발표 후 소폭 반등하며 5.33% 하락한 400.01 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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