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파이낸셜포커스-협상동력 상실한 카드사]'백기' 든 카드사...백화점.이통사 수수료 협상은 어쩌나

남은 수수료 협상 더 어려워져

카드사 올 당기순익 악화 불가피

생존위해 고객혜택 축소 검토도

금융노조선 "당국이 타결 종용"

금융당국 "그런 적 없다" 반박







가맹점 결제수수료 인상을 놓고 현대자동차와 신용카드사가 협상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조기 협상 타결을 카드사 측에 압박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당국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현대차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백기를 든 카드사들이 남아 있는 백화점과 이동통신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당국의 힘을 빌리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무금융노조는 이날 금융위원회 앞에서 ‘재벌 가맹점 카드 수수료 갑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수수료 협상 난항을 겪은 카드 3사 중 한 곳이 금융당국 측으로부터 협상을 빨리 마무리 지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카드사들이 영세 자영업자의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대신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율을 인상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갈등 해결 국면에서는 뒤로 빠져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카드사를 돕기는커녕 사회적 비판 여론을 의식해 조기 타결을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카드사들에서는 “배신당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팩트가 아니다”라며 “멀쩡한 당국을 죽인다”고 반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율적 협상을 통해 양측이 원만하게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낸 게 전부”라며 “협상 중간에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연락을 돌린 것은 맞지만 협상을 빨리 끝내라고 종용한 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카드사들이 대형 백화점 등 유통사와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와의 협상을 앞두고 당국의 힘을 빌리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카드사와 현대차 간 수수료 협상이 카드사의 완패로 끝나면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랐던 카드사들은 ‘부글부글’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연매출 30억∼500억원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평균 2.18%로 500억원 초과의 1.94%보다 높은 것은 ‘부당한 격차’라며 30억∼500억원의 수수료율을 0.22%포인트 낮추는 것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연매출 30억원 이하 중소 영세업자의 카드 수수료율을 낮춰주는 대신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율을 인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카드사는 이런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대차에 기존보다 0.12~0.14%포인트 인상된 수수료율을 제시했지만 현대차의 강한 반발 속에 인상폭을 절반 수준(0.04~0.05%포인트)으로 낮춰 협상을 매듭지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수수료 역진성을 해소하라며 강하게 주문할 때는 언제고 현대차가 사실상 ‘갑’의 위치를 활용해 카드사를 압박할 때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역진성 해소라는 명분도 잃고 이번 사태로 당분간 현대차와의 관계도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어 실리도 잃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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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당국이 수수료 갈등의 불을 질러놓고 뒷짐을 지면서 카드사들이 앞으로 남아 있는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현대차와의 협상이 끝남에 따라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SK텔레콤 등 주요 통신사들과의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카드사들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사들에는 1.9~2.0% 수수료율을 적용하다 이달부터 2.1~2.2% 수수료율을 제시했다. 통신사들에도 종전보다 0.1~0.2%포인트 인상된 안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들 업종 역시 업황 악화와 대규모 투자로 현대차 못지않게 사정이 어렵다. 이마트는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6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9% 감소했고 연간으로는 20.9% 감소한 4,62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4·4분기 81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통신사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데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설 투자로 자금 사정이 팍팍한 입장이다. 인상폭을 최소화하거나 최악의 경우 인상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대형 유통사·통신사와의 협상에서도 밀려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분을 보전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악화되면 결국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줘온 알짜카드를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수수료율 역진성 해소라는 당국의 정책목표에는 동의하지만 결국 대형 가맹점의 적정한 수수료율 인상에 실패한 데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카드사들의 몫”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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