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부품 구매·보수비 19조 해외 유출..."LNG 조급증이 부른 자충수"

[외국산 놀이터 된 LNG발전]

내년·내후년 완공 앞둔 9기도 외국산...유출액 갈수록 커져

원료까지 전면 수입...가격 요동치면 전기요금 인상 부채질

원전보다 미세먼지 발생도 많아..."장점 외치다 단점 다놓쳐"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LNG발전소의 핵심부품인 가스터빈이 외국산으로 채워지고 있어 기술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연합뉴스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LNG발전소의 핵심부품인 가스터빈이 외국산으로 채워지고 있어 기술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연합뉴스


탈원전·탈석탄을 내세운 현 정부의 에너지 구상이 공식적으로 정부 계획에 담긴 것은 지난 2017년 12월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였다. 이 계획은 안전 우려가 있는 원전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대폭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크게 확충하는 게 골자다. LNG발전은 당시 신재생에너지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17년 37.4GW인 설비용량을 오는 2030년에는 47.5GW까지 늘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들어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감이 커지자 정부는 LNG발전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 수도권·충남 지역에 밀집한 석탄화력발전소 일부를 LNG발전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말 발표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렇게 LNG발전소가 늘어나도 핵심 부품인 가스터빈이 전량 외국산이어서 국내 산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LNG발전소는 연료를 전량 수입해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미세먼지 저감에 있어서는 석탄화력보다 낫지만 원전보다는 못한 측면도 있는 상황인데 무시되고 있다.

◇300㎿ 가스터빈 1기에 850억원 해외 유출=한국기계연구원이 지난해 1월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운영 중인 LNG발전용 가스터빈 149기의 총 구매금액을 따져보니 8조1,208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25년간 외국 기업에 유지·보수 비용으로 지급한 비용이 4조2,104억원이었다.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LNG발전 도입으로 유출된 자금은 무려 19조원이나 된다.


정부의 계획대로 LNG발전을 늘리면 앞으로 해외로 빠져나갈 자금이 상당한 수준이다. 손정락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업계에서는 가스터빈 1㎾당 250달러의 비용이 든다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를 통해 추산해보면 300㎿ 가스터빈 1기를 도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850억원, 10GW를 도입하면 2조8,000억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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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년, 내후년까지 완공이 계획돼 있는 8기가량의 LNG발전소 역시 모두 외국산 가스터빈을 활용할 계획이다. 중부발전 서울복합화력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시공하지만 해외 기업의 라이선스를 받아 대신 조립하는 식이라 업계와 학계에서는 외국산으로 본다.

◇두산중공업 실증 성공해도 당분간 외국산이 강세=현재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은 GE(미국)와 지멘스(독일),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일본), 안살도(이탈리아) 4개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과점시장이다. 시장에 플레이어들이 많지 않은 것은 그만큼 기술장벽이 높은 탓이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등은 핵분열을 일으키거나 석탄을 태워 생기는 열로 고온·고압 증기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터빈을 돌리는 방식인 반면 가스터빈은 가스를 직접 폭발시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라 터빈이 더 견고하고 검증도 까다롭다. 가스터빈 기술은 그래서 ‘기계공학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도 두산중공업이 올해 최초로 실증사업에 나서면서 국산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상용화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리는데다 상용화하더라도 국내 발전소의 선택을 받기에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발전사의 한 관계자는 “LNG발전소는 가동을 많이 해야 발전사들이 이익을 가져가는데 효율이 떨어지는 국산 제품을 쓰면 다른 LNG발전소와의 경쟁에서 밀려 가동조차 어려울 수 있다”며 “두산중공업이 실증에 성공해도 상당 기간 외국산 가스터빈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두산중공업이 실증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나마 외국 기업의 라이선스를 받아 대리 시공하는 일감조차 끊길 처지다. LNG발전소를 늘려도 국내로 돌아오는 몫은 그만큼 더 줄어든다는 의미다.

◇원전 배제의 역설=모든 발전원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LNG발전의 경우 석탄발전보다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고 부하조절이 용이하다. 이 때문에 기저발전이 아닌 적정한 수준의 설비를 통해 전력피크에 대응하는 첨두부하를 담당해왔다. 하지만 LNG발전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핵심 부품인 가스터빈은 물론 연료를 해외에서 전량 수입한다는 점이다. 가격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미세먼지 발생이 전혀 없는 원전보다는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한다. 게다가 대도시 근처에 지어야 해 오염물질의 영향이 더욱 직접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전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다 보니 생긴 역설이라고 꼬집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핵심 부품은 물론 연료까지 전량 수입하는 LNG발전은 국내 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가격 변동성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또 배출 물질만 놓고 따지면 석탄보다 낫지만 대도시 인근에 입지한다는 점에서 그 영향이 더욱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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