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는 출퇴근이나 이동용으로 한없이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한반도의 불타는 더위와 맹렬한 한파만 아니라면 더 좋겠지만 가볍게 헬멧만 눌러쓰면 주차 걱정 없이 복잡한 시내를 누빌 수 있다. 첫 스쿠터로는 보통 125㏄를 택하는데 타다 보면 조금 아쉬워진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라이더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금만 더 힘이 좋다면’이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다. 이런 라이더들을 저격하는 기종 중 하나인 혼다의 300㏄ 중형 스쿠터 ‘포르자’를 시승해봤다.
신형 포르자는 외모가 세련된 유럽형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색깔도 미세하게 반짝이는 느낌의 흰색·파란색 조합으로 고급스럽다는 인상이 강하다. 시트 아래의 수납공간은 45ℓ 크기로 풀페이스 헬멧 두 개가 들어갈 만큼 넓다. 게다가 다양한 신기능이 도입됐다.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 없이 편리하게 시동을 걸 수 있는 스마트키, 바람을 막아주는 전동식 윈드스크린, 안전한 주행을 도와주는 ABS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혼다 스쿠터 최초로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HSTC)이 적용됐다. 예를 들어 미끄러운 노면에서 출발할 때 바이크가 휘청이는 상황 등을 막아준다.
라이더를 배려해 개선된 점도 눈에 띈다. 구형 포르자의 핸들바에 달려 있던 사이드미러가 신형에서는 카울로 옮겨가면서 시야가 더 시원해졌다. 또 휠베이스 길이가 구형보다 약 35㎜ 줄면서 민첩한 핸들링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감탄이 나올 만큼 핸들이 잘 돌아가 초심자들도 유턴에 부담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서울 시내 곳곳을 달리면서 중형급 스쿠터의 편안함에 빠져들었다. 최대출력 25.2마력(7,000rpm), 최대토크 2.8kg·m(5,750rpm)로 시속 100~110㎞까지 쭉쭉 올라가는데다 125㏄급보다 공차중량도 무거운 만큼(185㎏) 안정감도 더 있다. 시내뿐 아니라 교외 투어에도 모자람이 없는 제원이다. 앞·뒷바퀴 모두 싱글 디스크 브레이크가 적용돼 적절한 수준의 제동력을 보여줬다.
승차감은 아주 살짝 아쉬웠다. 서스펜션이 딱딱하고 시트 자체도 푹신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쿠터 특유의 편안함으로 충분히 상쇄되고도 남을 만한 수준이었다. 혼다 포르자의 연비는 ℓ당 38㎞, 가격은 698만원으로 책정됐다. 구형이 765만원이었는데 오히려 인하됐다. 동급 스쿠터와의 경쟁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