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重, 대우조선 인수에…협력사 '존립공포'

대우조선 협력사 1,000곳 넘는데

산은에 보호방안 자료제출 안해

부산·경남 조선 기자재 업체들

"자체 물량으로 재편되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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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둘러싸고 부산·경남 지역 조선 기자재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우조선과 주로 거래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현대중공업 자체 개발 물량과 현대중공업 납품업체의 물량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 협력업체의) 기존 거래선을 보장하겠다”는 공동 담화문을 내고,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지난 15일 경남에 내려가 “거래선이 유지되는지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 협력사들 사이에서는 “단서 표현이 많고 형식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 인수 추진 과정에서 산업은행에 협력업체 보호 방안과 관련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으로부터 이를 확인한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업체 거래선 보장 방안이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은은 인수 본계약을 맺은 8일 공동 발표문을 내고 “대우조선 협력·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 유지를 보장한다”며 “대외 경쟁력이 있는 협력·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조선 협력사들은 “현대중공업이 말하는 ‘대외 경쟁력’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단서조건이 많아 발표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선박의 주요 부분을 자체 생산하는 일관 공정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자체 엔진인 ‘힘센엔진’을 개발하고 크랭크축 등 주요 부품을 국산화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부분이 대우조선 협력업체들에는 걱정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엔진 제조 업체인 HSD엔진이 대표적이다. HSD엔진의 매출 중 대우조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4분기 기준 31.9%에 이른다. 15일 정 차관과의 간담회에서도 HSD엔진은 큰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노동조합의 이상우 위원장도 “대우조선 관련 매출은 회사의 존립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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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협력업체가 밀집한 부산·경남 지역의 우려가 특히 깊은 상황이다. 대우조선의 약 1,200개 협력업체 중 부산과 거제·김해·창원·양산 등 경남 지역 회사는 약 1,000곳으로 추정된다. 대우조선 매출이 8조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이 중 기자재비 비중은 60%인 4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국내에 발주하는 금액은 3조8,000억원, 부산·경남 지역 발주 금액은 약 3조원 정도다.

부산 녹산공단에 있는 한 대우조선 협력업체의 대표는 “한진중공업도 위기를 겪고 있어 지역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대우조선 매각 소식까지 들려오니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회사를 정리하는 납품업체들이 날로 늘고 있어 지역이 ‘러스트벨트’가 돼가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남 양산에 위치한 다른 협력사 대표도 “조선업 불황에도 지금껏 버텨왔지만 이제는 현대중공업 납품업체들로 거래가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퍼져 있다”고 말했다.

거래처가 다변화된 협력업체들도 사정은 조금 낫지만 대우조선 매각이 가져올 생태계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삼성중공업에 모두 납품한다는 한 협력사 대표는 “납품회사 입장에서는 조선사 3곳이 경쟁해야 단가 등 거래조건이 좋아지고 거래처도 다변화된다”며 “거대 조선소가 탄생하면 아무래도 일방적으로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정 차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한 업체 대표는 “정부도 우리의 우려에 대해 알고 신경을 쓴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대책은 모니터링 정도 아니냐”며 “정부가 거래선 유지를 보장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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