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자영업 리스크' 직면한 韓…자영업 부실 금융권 전이, 제2금융 연체율 3년래 최고

회수 불가 여신비율 0.2%P 증가

2월 파산신청 11%↑…역대 최대

시중銀도 '자산건전성 관리' 비상

2515A01 상호금융조합 자산건전성 현황



자영업자·다중채무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연체율이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시중은행으로 부실이 전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몇몇 시중은행은 자영업자와 다중채무자발 연체율 상승이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여신관리에 초비상이다.

24일 국내 금융지주의 한 고위관계자는 “연체전이율(2개월 이상 연체로 이어지는 비율)이 아직까지는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소상공인 대출의 잠재 리스크는 이미 높아진 상태”라며 “제2금융권을 시작으로 연쇄 부실이 일어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호금융 연체율은 1.32%로 1년 만에 0.14%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52%로 0.2%포인트 증가했다. 1금융권 대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에다 자영업 경기 악화 등으로 은행 이용이 어려운 자영업자와 서민층의 자금수요가 상호금융·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으로 꾸준히 유입되면서 연체율도 덩달아 올라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제조업황 추락에 따른 충격으로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 수도 2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2월 서울회생법원과 전국 13개 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인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총 71곳으로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파산에 관한 법률)’이 처음 시행된 지난 2006년 이후 2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전고점이었던 지난해 2월(64건)보다도 10.9%(7건)나 더 늘었고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2월(38건)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더욱이 올 2월이 윤달도 아니었던데다 설 연휴까지 끼어 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파산 신청 기록은 최악의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2금융권과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금융권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불리는 자영업 부실이 금융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금융감독당국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 2017년 말 354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389조8,000억원으로 10% 증가했다. 대부업 등 비은행권의 대출액은 같은 기간 65조4,000억원에서 80조7,000억원으로 23.4%나 늘었다. 예금은행에서도 개인사업자 대출은 부동산 임대, 도소매 등 서비스업종의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1년 만에 9.7% 증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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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화하면 이들에게 많은 돈을 빌려준 2금융권이 흔들리고 시차를 두고 1금융권으로 위험이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상호금융조합의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동시에 상승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협의 연체율은 2.13%로 전년 말 대비 0.35%포인트 올랐고 농협(1.06%), 수협(2.05%)도 각각 0.07%포인트, 0.37%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신협이 2.48%로 0.35%포인트 오른 것을 비롯해 농협(1.21%), 수협(2.29%) 등도 각각 0.16%포인트, 0.21%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도 지난해 말 전체 대출 연체율은 줄었지만 세부항목별로 보면 경기 취약 분야의 기업 대출과 가계신용 대출 부문에서 연체율이 소폭 상승했다. 상호금융조합의 한 관계자는 “농협·신협 등에서 가계 대출을 늘리면서 분모를 차지하는 전체 여신액이 커져 개인사업자의 대출 부실이 가려져 있었지만 지난해 금융당국이 2금융권의 가계 대출도 관리에 나서면서 분모가 줄자 수면 아래에 있던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다중채무자들이 주로 급전대출을 위해 이용하는 상호금융의 부실률이 3년 내 최고 수준을 찍은 것은 쉽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의 여파로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보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버텨보자는 심정인 것 같다”며 “그러나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 600조원 규모까지 불어난 자영업 대출이 한꺼번에 부실화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내부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를 잡겠다며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가계 대출을 옥죄고 있다. 최근에는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상시적인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전 금융권에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연체 징후 상시평가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시중은행 역시 자영업발 부실 전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대출 연체율 상승 추세가 본격화하며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1월 가계 대출 연체율은 0.28%로 지난해보다 0.03%포인트 늘었고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0.57%로 같은 기간 0.08%포인트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은행 건전성 지표는 아직 양호하지만 사상 최악의 실업률과 수출경기 악화 등 거시경제 지표를 보면 연내 취약 여신의 부실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개인사업자 관련 여신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자영업 대출에는 개인사업자 대출 외에 가계 부채도 섞여 있고 은행권의 체계적인 여신심사 인프라도 부족해 쉽게 메스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영업 대출은 가계 대출과 기업 대출이라는 두 가지 속성을 갖고 있어 따로 구분하기가 어려운데다 부채의 질도 나빠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이달 20일 혁신금융 추진방향 사전 브리핑에서 자영업 대출 부실 우려를 묻는 질문에 “심사체계를 정교하게 다듬겠다”면서도 “대출심사를 엄격하게 하면 부실률을 낮출 수 있지만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어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이유다. /서은영·윤경환기자 supia927@sedaily.com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서은영·윤경환·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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