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말많은 연동비례제 어떻길래] 연동50%·득표율배분은 '산수'…권역배분·석패율선 '난수표'

■권역배분

지역구서 1석도 못 얻더라도 비례의석으로 의원확보 가능

■석패율

지역구·비례대표 중복출마...낙선자 득표차 계산해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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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날, 대학 1학년 임현훈(가명)군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민법상 성인인 만 18세부터 투표권이 주어지는 바뀐 선거제 덕분에 첫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임군은 마음이 설렌다. 그러나 권역별 비례대표 명단을 훑어본 임군은 몹시 당황한다. 임군의 지역구인 서울권과 전북·광주·전남권 후보가 모두 달라 이해가 불가했기 때문이다. 질려버린 임군은 푸념을 토해낸다. “도대체 선거야 수학이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추진 중인 선거제 개편안의 비례대표 산정 방식이 난수표처럼 해독이 어렵다. 이 안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아마도 내년 총선은 임군의 경우처럼 ‘깜깜이 비례대표 투표’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해 보인다. 정치인조차도 고개를 가로저을 정도로 복잡하기 짝이 없는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계산법. 유권자들을 위해 그 산법을 단계별로 정리해봤다.

①50% 연동형 적용=개편안은 지역구를 225석(현행 253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현행 47석)으로 늘린다. 지역구 의원은 현행 제도처럼 지역구에서 최다득표 1인을 뽑는 방식으로 지금과 똑같다. 투표도 기존처럼 두 번 한다. 지역구 후보 투표와 정당투표다. 달라지는 것은 비례대표 배분방식이다. 300석을 고정한 채 정당 득표율을 가지고 지역구 당선 의석수와 연동해서 비례의석을 배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100% 연동형이라면 전국 정당 득표율 10%를 얻은 A 정당은 전체 300석의 10%인 30석이 보장된다. 여기서 해당 정당이 지역구에서 20석을 얻었다면 비례의석은 10석을 확보하는 식이다. 그런데 50% 연동형이다 보니 그 절반인 비례의석 5석을 1차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②잔여 비례의석 재배분=1차 배분을 마쳐도 비례의석이 남게 되면 이때부터 복잡해진다. 잔여 비례의석은 지역구 당선 의석은 따지지 않고 현행대로 전국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서 배분한다. 2차 의석 배정이 되는 순간이다 . 즉 비례의석 75석 가운데 연동형 배분 후 20석이 남았다면 A 정당은 20석의 10%인 2석을 추가 확보하는 식이다.



③권역별 비례대표=2단계까지는 적어도 난수표는 아니었다. 여야4당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까지 도입했다. 본격적으로 어려워지는 단계다. A정당이 2차 배분까지 모두 7석을 확보했다 해도 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비례대표 7석은 권역별로 각 당에서 배분해 당선자를 결정하게 된다. 그동안에는 개별 정당에서 전국 단위 정당명부 방식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정해 득표율에 따라 당선이 결정됐지만 개편안은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 공천도 권역별로 한다. 앞서 7석의 비례의석을 확보한 A정당은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당선자를 확정한다. 호남이 강세인 더불어민주당이 영남 지역구를 한 석도 못 얻더라도 비례의석으로는 영남 의원을 확보할 길이 열린다.

④석패율=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 난수표인데 ‘석패율’까지 도입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로 중복출마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석패’, 말 그대로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제도다. 여야 4당은 권역별로 2명까지 짝수 번호에 한해 지역구 후보자가 비례대표로 입후보할 수 있도록 했다. A정당에서 전북 부안·김제에 출마한 임모 후보가 10만표를 얻어 낙선했고 그 지역의 당선자가 20만표를 얻었다면 김 후보의 석패율은 50%다. 한편 경남 창원에 출마한 A당의 송모 후보도 10만표로 낙선했는데 그 지역 당선자가 12만표를 얻었다면 이 후보의 석패율은 83.3%가 된다. 송 후보가 임 후보보다 아까운 석패를 한 셈이다. 즉, 호남에서 아깝게 낙선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전북·광주·전남 권역에서 비례대표로도 출마해 석패할 경우 부활할 수 있다. 여기에 특정 지역구 의석의 30% 이상을 차지한 정당은 석패율제를 쓸 수 없다.

지나치게 복잡한 선거제에 비판의 목소리는 정치권 안팎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여야 4당의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 배제된 한국당은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체가 여의도 최대 수수께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평화당도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탐탁지 않은 눈치다. 이에 대해 정치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완성된 선거제가 아니다”라며 “한국당까지 포함해 선거제 협상이 다시 시작되면 보다 간결하게 개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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