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시절 골수기증 서약을 한 대학병원 교수가 13년 만에 약속을 지켰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박세윤 감염내과 교수가 최근 백혈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고 26일 밝혔다.
박 교수가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골수기증 서약을 한 것은 전공의 시절이던 지난 2006년. 이후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하는 환자를 기다려왔고 지난해 말 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기증 의사를 재확인하는 연락을 받았다. 자신의 DNA와 일치하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백혈병 환자를 찾은 것이다. 그는 곧바로 유전자 상세검사와 건강검진 등을 받아 기증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결국 혈액 성분 채집 방식으로 조혈모세포를 기증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건강한 내 몸의 일부가 아픈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생각했다”며 “앞으로 진료를 통한 의사의 역할은 물론 내 손길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혈액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항암요법이나 가족 간 또는 자가 이식의 순서로 치료를 모색하지만 모든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HLA가 일치하는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골수 내에 포함된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라는 뜻으로 정상인 혈액의 약 1%에 해당한다.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더라도 2∼3주 이내에는 원래대로 회복된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8년까지 골수기증 희망 등록자는 총 34만4,878명이고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 발생은 연간 4,000명에 달하지만 비혈연 간 골수이식 건수는 500건에 불과하다. 민우성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장은 “골수이식은 HLA가 일치해야만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기증 희망 등록을 해야 환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임웅재선임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