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단기 실적 압박에 몰린 중소 보험 CEO...부실 우려 큰 '미세먼지 보험' 판매경쟁

흥국생명·DB손보 등 잇단 출시

핵심 질환 'COPD'는 보장 안해

'무늬만 미세먼지 보험' 비판도




국내 보험시장 포화에다 실적 경쟁에 내몰린 중소형 보험사들이 미세먼지 보험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보험상품에서 보장내용 몇 개를 넣고 빼는 식으로 급조해 ‘미세먼지 보험’으로 포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험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일단 상품을 팔고 보자는 식의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DB손해보험에 이어 흥국생명·교보라이프플래닛이 미세먼지 보험을 출시했다. 가장 먼저 ‘미세먼지 보험’을 출시한 DB손보는 미세먼지로 인해 더 심해질 수 있는 편도염·축농증, 급성상기도염과 인후질환, 백내장 등 질병의 수술비를 10만~300만원까지 보장한다. 폐암 진단을 받을 경우에는 1,000만원까지 진단금이 나온다. 이 같은 보장내용은 기존 건강보험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이 내놓은 ‘온라인들숨날숨건강보험’도 미세먼지와 관련이 있는 귀·코·호흡기 질환, 폐암 등에 대해 수술비와 진단금을 보장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미세먼지’로 포장한 보험상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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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두 상품은 미세먼지와 관련성이 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보장하지 않아 무늬만 미세먼지 보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비영리단체 보건영향연구소(HEI)의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은 전 세계적으로 COPD 사망자의 41%, 2형 당뇨병 사망자의 20%, 폐암 사망자의 19%,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의 16%, 심장마비 사망자의 11%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미세먼지가 COPD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데도 COPD만 빼고 기존 폐질환 관련만 보장하는 것이어서 보험 소비자를 우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보험업계 내부에서도 미세먼지와 특정 질병 발병과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밝혀낼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미세먼지 보험’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자성이 나올 정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폐암 환자가 미세먼지 때문에 폐암에 걸렸는지 상관관계를 입증하기는 불가능하고, 이들 보험은 실제 가입자가 미세먼지 때문에 편도염·축농증·폐암 등에 걸렸는지 따로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며 “나중에 보험금을 지급할 시기가 닥치면 분쟁이나 손해율 증가 등에 따른 보험사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도 미세먼지 보험이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장기적으로 부실 우려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미세먼지가 앞으로 얼마나 심해질지, 미세먼지로 인한 보험금 지급이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관련 축적된 데이터가 없어 손해율 계산도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형 보험사들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미세먼지 보험’을 내걸고 판매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치매 보험이 최근 판매호조를 보이자 국민 불안감을 이용해 잘 팔릴 것 같은 ‘미세먼지 보험’을 내걸고 호객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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