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수사물이라는 장르를 간결하게 풀어내 웰메이드로 호평받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자백’(연출 김철규 윤현기/극본 임희철/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에이스팩토리)은 한번 판결이 확정된 사건은 다시 다룰 수 없는 일사부재리의 원칙, 그 법의 테두리에 가려진 진실을 좇는 자들을 그린 작품.
5년 전 경찰 옷을 벗게 만든 ‘양애란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새로운 ‘김선희 살인사건’과 10년 전 ‘창현동(고은주) 살인사건’의 관계성에 주목한 기춘호(유재명)는 현재의 범인을 잡기 위해 과거 미제사건을 재수사하는 집념과 뚝심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유재명은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악어’처럼 범인을 집요하게 쫓는 전직 강력계 형사반장 ‘기춘호’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 호응을 얻고 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얼굴, 어두운 가죽재킷이나 점퍼 등의 스타일링으로 활동적인 형사의 이미지를 강조한 것은 물론, 어투나 어조, 호흡의 강약조절과 같은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표현으로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사건현장과 범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낡은 수첩과 펜은 ‘콜롬보 형사’의 느낌을 물씬 자아내기도.
특히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듯한 유재명의 예리한 연기와 화법은 진짜 형사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유재명은 범인들에게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보이다가도, 조곤조곤한 톤으로 증거를 제시하며 그들의 자백을 받아낸다. 가끔 도망치는 용의자를 잡기 위해 완력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차분하게 위압적인 모습이 기존의 강력계 형사 캐릭터와는 결이 다른 느낌. 무조건 목소리만 높여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대응하고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등 고도의 심리전으로 색다른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유재명과 이준호의 브로맨스 케미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한다. 티격태격하다가도 이준호를 걱정하고, 때론 헛웃음을 짓게 하는 유머를 던지는 등 유재명의 친근한 매력이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것. 투박하지만 인간미 넘치고 정감 가는 모습이 극의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유재명은 시각적, 청각적인 요소를 만족시킬 뿐 아니라, 사건을 파헤치려 분투하는 형사 기춘호의 열정과 집념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극 중 “모든 사건의 진범을 잡고 싶습니까”라는 이준호의 질문에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유재명의 짧은 한마디가 깊은 여운을 남긴 것처럼, 유재명은 매 장면 진정성 담긴 열연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끈질긴 추적으로 남은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두 남자의 협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