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용 신형 쏘나타와 신형 ix25가 베일을 벗자 함성과 함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기 시작했다. 이틀 전 중국에서 정식 출시한 셩다를 살펴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자신을 장(張)이라고 소개한 한 유튜버는 “(ix25와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중국 시장 라인업이 더 다양해졌다”며 “소비자 선택의 폭도 그만큼 넓어져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친환경 차량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전면에 내세워 중국 시장에서 자존심 회복을 선언했다.
현대차는 16일(현지시간) ‘오토 상하이 2019’가 열린 중국 상하이 ‘국영 전시 컨벤션 센터’에서 중국 전용 SUV인 신형 ix25와 중국형 신형 쏘나타를 공개했다. 소형 SUV인 ix25는 5년 만에 2세대 모델로 새롭게 탄생해 하반기에 공식 출시된다. ix25는 지난 2014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 37만대를 기록한 모델이다. 과감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입체감 있는 스키드 플레이트 등을 적용해 대담한 스타일로 바꾸고 첨단기술을 탑재해 중국의 젊은 층을 겨냥했다. 신형 쏘나타 중국형 모델도 전장과 휠베이스를 35㎜ 확대해 현지 취향을 공략한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소형 SUV 엔씨노(한국명 코나) 전기차와 링둥(아반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도 새롭게 선보였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글로벌 시장과 고객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이 현대차에 기회”라며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변모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는 신차 4종 외에도 최근 판매를 시작한 중형 SUV ‘셩다’와 중국 전용 세단인 쇼카 형태의 라페스타, 수소전기차 넥쏘와 함께 고성능차 라인업인 벨로스터 N과 i30·i20 N 등 총 13대의 차량을 공개했다.
기아차가 마련한 부스 역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아차는 이번 ‘오토 상하이 2019’에서 중국 전략형 신차 ‘올 뉴 K3’의 가솔린 모델과 PHEV 모델을 동시에 선보였다. ‘올 뉴 K3’ 업그레이드 모델은 중국 현지 소비자의 선호에 맞춰 라디에이터 그릴을 키우고 크롬으로 도금한 것이 특징이다. 1.4ℓ 터보 엔진과 연비 경쟁력을 강화한 스마트스트림 1.5ℓ 엔진, IVT 변속기가 적용됐고 바이두(百度) 기반 스마트 멀티미디어 시스템과 전방충돌방지보조·차로이탈방지보조 등 첨단사양도 대거 탑재됐다.
기아차는 이를 다음달 공식 출시해 중국 자동차 시장 가운데 최대 규모인 준중형(C2)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윤중관 둥펑위에다기아 브랜드마케팅실장은 “C2 미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차량은 새로운 디자인과 우수한 상품성으로 중국 소비자를 만족시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특히 기아차는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차세대 크로스오버 EV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를 선보였다. 지난달 열린 서울모터쇼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 최초로 공개된 이매진 바이 기아는 첨단기술 탑재는 물론 운전자의 감성적인 부분까지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콘셉트카를 살펴보는 관람객들의 입에서는 ‘멋지다’는 말이 잇달아 나왔다.
수입차들 역시 중국 전용 모델과 처음 공개하는 차량을 대거 꺼내 들었다. 아울러 다양한 콘셉트카를 선보이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BMW는 뉴3 시리즈 롱 휠베이스 모델과 함께 고성능 뉴 X3 M과 뉴 X4 M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콘셉트 GLB’와 중국 시장을 위해 개발된 ‘메르세데스-AMG A 35 4MATIC 세단’ 등 새로운 모델을 처음 공개하고 ‘더 뉴 EQC’ 등도 중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폭스바겐은 대형 SUV 전기차인 ‘I.D. 룸즈’를 세계 최초로 전시했으며 인피니티는 전기차 스포츠 세단 콘셉트카 ‘Qs 인스퍼레이션’을 공개했다.
오토 상하이에서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역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였다. 취재하려는 기자들과 블로거·유튜버들로 하루 종일 북적였으며 전시된 차를 살펴보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된 차량 사진을 찍기도 쉽지 않았다. 아울러 르노와 닛산·미쓰비시는 7번 홀에 나란히 부스를 세워 눈길을 끌었으며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 부스에도 많은 관람객이 몰려 중국에서의 테슬라 위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올해 상하이 모터쇼의 또 다른 화두는 ‘차량의 디지털화’였다.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 업체들은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초저지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원격제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주행, 전자장치를 이용한 차량 편의시설 등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모든 차량에 디지털을’이라는 주제로 전시관을 꾸며 차량과 외부 세계를 통신으로 연결하는 장비를, 또 중국 최대 이동통신 업체 차이나모바일은 상하이에서 베이징에 있는 차량을 5G 통신으로 연결해 원격제어하는 기술을 각각 전시했다./상하이=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