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에서 방화 후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안모(42)씨의 위협과 난동을 이번 사건 이전부터 경찰이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보름 전 안 씨의 난동으로 출동한 경찰이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며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돌아갔다.
안 씨는 지난해부터 이번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난동을 부려왔다고 아파트 주민과 관리소는 밝혔다. 안 씨의 위협과 난동이 지속되자 주민들과 관리소는 보름 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며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
주민 강모(54) 씨는 “경찰이 그동안 상습적으로 주민을 괴롭히고 난동을 부린 점을 파악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를 했으면 이런 끔찍한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민들은 안 씨가 과거 조현병을 앓은 것으로 안다며 경찰과 보건당국의 허술한 대처를 지적했다. 한 주민은 “평소에도 정신질환을 앓는 것처럼 이상 행동을 보이고 심하게 폭언을 해 살기를 느낀 주민이 많았다”며 “이런 사람을 경찰과 보건소가 빨리 파악해 조처하지 못한 걸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일부 주민은 안 씨가 층간 소음으로 평소에도 자주 아래 위층과 다툰 적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안 씨가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난동을 부려온 것은 여러 정황을 통해 확인됐다. 안 씨는 특히 바로 위 층에 살다 이날 흉기에 질려 숨진 최모(18) 양을 평소에도 상습적으로 위협했는데, 이에 가족들은 지난달 집 앞에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했다. CCTV에는 안 씨가 최 양의 집에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안씨가 지난 달 하교 후 급하게 집으로 들어가는 최양의 뒤를 쫓는 모습과 최 양의 집 앞에 오물을 뿌리는 장면 등이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의 주민들은 “안 씨가 지난해부터 위층에 사는 주민 집과 승강기 등에 오물을 투척하고 위협적으로 욕을 하는 등 그동안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 관리소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해 9월 25일 자신의 집 바로 위층과 303동 2개 승강기에 인분을 투척하는 것을 비롯해 지난달 12일과 16일에도 오물을 투척하는 등 수차례 난동을 부렸다. 관리소 측은 “안 씨가 숨진 최양을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힌다는 신고를 받고 야간 하굣길에는 아파트 직원이 동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안 씨는 지난 1월엔 주민 2명을 시비 끝에 폭행하기도 했다.
아파트 인근 파출소 측은 “주민 신고가 있었지만 정확한 내용을 알려줄 수 없고, 경찰서 브리핑을 통해 확인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