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공포가 뒤섞인 희비극인 ‘기생충’은 다른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질문하는 작품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거장인 봉준호 감독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작 보고회에서 “관객들이 보고 나서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드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봉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인 ‘기생충’은 백수 가족의 장남이 부잣집의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햇볕도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반지하 방에 사는 가난한 가족과 으리으리한 저택에 기거하는 부잣집의 처지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송강호가 백수 가족의 가장인 기택 역할을, 이선균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인 박 사장 역할을 맡았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들이 총출동해 분위기를 띄웠다.
‘기생충’은 내달 14일 개막하는 72회 칸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봉 감독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영화제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봉 감독은 지난 2017년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든 ‘옥자’를 경쟁 부문에서 선보였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전작인 ‘괴물’ ‘도쿄!’ ‘설국열차’는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됐다.
봉 감독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칸에서 고생해서 만든 영화를 처음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며 “부자와 빈자의 격차는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보편적인 현상인 만큼 외국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독특한 제목에 대해서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영화 속 가족들을 향해 과연 누가 ‘기생충’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라며 “이들은 그저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칸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기생충’은 켄 로치 감독의 ‘쏘리 위 미스드 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의 ‘아메드’ 등과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게 된다. 봉 감독은 “어마어마한 감독들의 틈바구니에 낀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수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봉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 온 동지답게 서로에 대한 막역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두 사람이 연출자와 주연 배우로 의기투합한 것은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송강호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기생충’은 영화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며 “매번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봉준호의 또 다른 진화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송강호 선배는 연출자로서 더 과감해지고 어려운 시도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료”라며 “마치 동작 하나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처럼 송강호에게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규정해버리는 위력이 있다”고 화답했다. ‘기생충’은 칸영화제 공개 이후 국내에는 5월 말 개봉할 예정이며 정확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