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공시설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할인혜택을 주는 조례안을 상정하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시장 치적 사업에 시 세수까지 동원하는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다.
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에서 제로페이 공공시설 요금 감면 조레안 18건이 모두 상정돼 통과됐다. 서울시 세종문화회관·남산국악당·서울대공원·서울식물원 등 공공시설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10~30%까지 요금을 감면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공공 시설 요금 인하로 연간 88억 원의 세수 감소를 예상했다. 서울시는 자치구에도 구 산하 시설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할 시 할인을 제공하라고 독려하고 있기도 하다. 25개 자치구의 연간 감소 세수 추계는 330억 원이다.
조례 상정에 앞서 김소양 서울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비례)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조례안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가맹점 실적에 따라 특별교부금이 걸려있고 공무원 복지포인트까지 강제 할당해 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였다”며 “공공시설 요금 체계까지 손대는 것은 정도를 벗어나도 많이 벗어났다고 판단된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공공시설 요금 감면 대상은 국가유공자·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계층이었는데 제로페이 정책을 위해 요금 인하를 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다음 시장이 자신의 치적사업 성공을 위해 공공시설의 요금체계에 또 다시 손을 대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이호대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구로2)이 “제로페이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며 반대 토론에 나섰지만 그동안의 정책 부작용을 감싸지는 못했다. 이 의원은 “제로페이와 관련해 더 이상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경제정책실장의 보고가 거짓이라는 것을 안다”며 “특별교부금으로 가맹점을 늘리는 것이 맞는지,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게 맞는지 김소양 의원의 질의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로페이의 성공과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 경감을 위해 조례안을 통과시켜달라고 덧붙였다. 조례안에 대해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야당 의원들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기권·반대표를 던졌지만 총 110석 중 102석을 민주당에서 차지하고 있어 18개 조례안은 모두 통과됐다.
한편 서울시는 2일부터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생성하는 ‘소비자 QR’ 방식을 일제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판매자QR 방식이 사용자가 QR을 직접 찍고 가격을 입력해 이체해야 해 불편하다는 민원을 수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