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승리로 끝난 이스탄불 시장 선거가 다시 치러진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뜻대로 터키 최대 도시에서 재선거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터키 정치권은 물론 금융시장이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터키 최고선거위원회(YSK)는 6일(현지시간) 이스탄불 광역시장선거 결과를 무효로 결정하고, 재선거를 명령했다. 법관으로 구성된 YSK 위원 11명 중 7명이 재선거를 원하는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손을 들어줬다고 터키 국영 테레테(TRT) 방송이 전했다. 재선거 날짜는 다음달 23일이다.
YSK는 공무원 중에서 개표감시위원을 선정하도록 한 선거관계법령을 위반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3월 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 후보가 AKP의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를 근소한 차로 꺾고 승리했다. 두 후보의 표차는 약 1만4,000표로, 득표율 격차가 0.2%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재검표·재개표를 거쳐 지난달 17일 이스탄불 광역시장 당선증을 받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이 1994년 이스탄불 시장으로 선출된 지 25년만에 가장 뼈아픈 선거 패배를 기록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과 AKP는 결과에 불복하고 집요한 뒤집기에 나섰다. AKP는 이스탄불 선거에서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벌어졌다고 주장하며, 결과를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시행하라고 YSK에 요청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민이 이스탄불 재선거를 원한다”거나, “부정이 벌어진 게 명백하다”며 노골적으로 YSK를 압박했다. 이스탄불 검찰과 경찰은 대대적인 선거부정 수사에 착수, 100명이 넘는 투·개표감시위원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YSK가 집권당의 영향력 아래 재선거 결정을 내렸다며 규탄했다. CHP의 오누르살 아드귀젤 부대표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AKP가 지면 불법인 것”이라며 “민의를 거스르는 체제는 민주적이지도 정당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승리를 도로 ‘뺏긴’ CHP는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긴급회의를 7일 열기로 했다.
이스탄불 재선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했다. 이날 오후 8시께 리라화 가치는 전날보다 미국 달러화 대비 2.4% 넘게 하락, 1달러당 6.113리라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