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버렸다…불태우겠다…피를 토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 갈수록 격해지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장외집회를 포함해 한국당의 대여투쟁 드라이브가 ‘얼마 못 간다’고 여유를 부리던 더불어민주당도 당황한 기색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여론의 역풍 때문이라도 국회 복귀를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봤지만 오히려 황 대표는 7일 ‘국민 속으로-민생투쟁 대장정’ 출정식을 가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협상 파트너인 황 대표에 대한 전략 부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 쌓여 있는 민생입법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책임소재는 결국 집권여당에 쏠릴 수밖에 없다. 장외로 나간 한국당은 여유롭고 민주당은 절박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민생투쟁 대장정’에 나선 황 대표는 “싸워도 국회에서 싸우고 싶지만 더 이상 국회에서의 투쟁만으로는 막아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에서는 패스트트랙 정국 속에서 한국당에 허를 찔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가 구성되는 8일께는 정상화 모멘텀이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하루 전에 보기 좋게 또 당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황 대표에게 정치신인 프레임으로 접근한 방식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의 장외집회를 겨냥해 “저희도 많이 해봐서 알지만 오래 못 간다”고 말했다. 앞서 황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하자 이 대표는 “정치,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내 최다선 의원인 이 대표가 입당 110여일이 지난 정치신인 황 대표에게 ‘훈수’를 두는 방식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에 질세라 황 대표의 발언은 날이 갈수록 독해지고 있다. 황 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문재인 정권의 거짓말에 피를 토한다”고 적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좌파독재에 맞서 저를 하얗게 불태우겠다”고 썼다. 홍준표 전 대표와 비교해 보수층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사이다’ 발언으로 통쾌함을 안겨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적 스킨십도 민주당이 간과한 부분이다. 검찰, 법무부 장관 등 평생 공무원으로 살아온 황 대표가 대중연설과 스킨십에 쉽게 지칠 것으로 봤지만 오히려 집회를 거듭할수록 대중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한국당으로 결집하는 표심의 향배를 심상치 않게 평가했다. 권 실장은 “황교안 대표 출범 이후 두 달 이상 한국당 지지율이 30%대를 이어가는 데는 안정적인 요인이 있다”며 “보수층과 중도층 일부의 정권 재창출 기대에 부합하는 리더십을 확보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실질적인 원내 타협이 없을 경우 중도층 이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