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 데 사용돼 국제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제재위반을 이유로 미 정부가 북한 선박을 압류 조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는 또 선박을 몰수하기 위한 민사소송을 이날 뉴욕 맨해튼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법무부는 이날 “북한의 최대 벌크선 가운데 하나인 와이즈 어니스트는 북한의 석탄을 불법으로 선적하고 북한에 중장비를 수송하는 데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앞서 미 뉴욕남부지방법원이 발행한 영장에 의해 압수됐으며 현재 미국의 유치 하에 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존 데머스 법무차관보는 “오늘 민사 조치는 국제 제재 위반으로 북한 화물선을 압류한 첫 조치”라고 말했다. 데머스 차관보는 또 북한이 선박 국적을 숨겨 수톤의 고급 석탄을 수출하려는 계획을 밝혀냈으며 이 선박이 북한으로의 중장비 수입에 사용된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인도네시아에서 억류된 선박으로, 미국측이 이 선박을 넘겨받아 압류·몰수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초 공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산 석탄 2만5,000t가량을 실은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지난해 4월 1일께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고 밝힌 바 있다.
AP통신은 법무부의 설명을 인용해 이 선박이 수년간 러시아산 석탄을 북한에 운송하는 데 쓰였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어니스트호가 2018년 3월 북한으로부터 항해에 나섰지만,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가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IS는 입·출항 경로 등 운항 상황을 알 수 있는 장치로, 이 선박은 2017년 8월 4일 이후 AIS 신호를 내보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는 이 선박이 선적 서류에 배의 국적과 석탄 출처를 서로 다른 나라로 허위 기재해 북한 소속이라는 사실을 숨기려 했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의 이날 발표와 관련, AP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문제가 있다는 명백한 신호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한 지 몇 시간 뒤에 발표됐다”며 이번 조치가 “양국 간에 미묘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AFP통신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북한 화물선 압류로 “북미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