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하원 의석 전체와 상원 의석 절반, 광역·기초지방단체장을 선출하는 중간선거가 13일(현지시간) 치러졌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이번 선거에서 친(親)두테르테 연대 세력의 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선거를 계기로 두테르테의 권력 기반이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알자지라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날 오전6시부터 시작된 필리핀 중간선거에서 이미 두테르테 지지 세력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하원은 물론 독립적 성향을 유지해온 상원도 두테르테 정권을 지지하는 후보들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 6,100만여명(재외국민 180만여명 제외)이 상원의원의 절반인 12명과 300명가량인 하원의원 전원, 1만8,000명에 달하는 지방자치단체 대표 및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한다.
현지 여론조사 업체 ‘펄스아시아리서치’가 선거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장 관심을 모으는 상원 선거에서 새로 선출되는 의원 12명 가운데 11명은 두테르테 대통령이나 그의 딸 세라 다바오시장이 지지하는 후보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알자지라는 “경합 중인 상원 의석 3분의2를 두테르테 정권 지지자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나마 야권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인 마르 록사스 후보와 사촌인 밤 아키노 후보 정도”라고 분석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철권통치’로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지만 빈곤과 범죄율을 대폭 줄이며 ‘변화’를 이루겠다는 그의 호소에 필리핀 유권자는 아직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초법적 처형’ 등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간선거 이후 두테르테 대통령의 권력기반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층 강해진 지지 기반에 힘입어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형제 부활, 형사처벌 연령 하향조정(만 15세→12세), 연방제 개헌 등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아리에스 아루게이 필리핀대 정치사회학 교수는 “철권통치에 저항하는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지면서 대통령에 대한 견제 기능과 독립성은 더욱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종료된 투표 결과는 이르면 14일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GMA 뉴스 등 현지 언론들은 비례대표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선거 결과 발표에 2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