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강 전 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증거를 인멸할 염려 등과 같은 구속사유도 인정된다”고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반면 당시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사안의 성격, 피의자의 지위 및 관여 정도, 수사 진행 경과, 관련자 진술 및 문건 등 증거자료의 확보 정도 등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22분께 법원에 도착한 강 전 청장은 ‘불법 선거개입 혐의를 인정하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과 제 입장에 대해 소상하게 소명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실제 그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선거동향 등 정보를 수집해 넘겼을 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청와대가 판단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경찰 수장이 7개월 만에 구속된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부하 검사의 공문서위조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혐의로 지난달 19일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에게 고발된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총장 등은 지난 2016년 부산지방검찰청 소속 A 검사가 고소장을 위조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감찰이나 징계 없이 사건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A 검사는 2015년 12월 고소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분실하자 고소인에게 이전에 제출받은 다른 사건의 고소장을 복사했다. 이후 실무관에게 고소장 표지를 만들도록 한 뒤 차장검사 등의 도장을 임의로 찍었다. 현직 검사가 고소장 분실 사실을 숨기려고 고소장 위조에 나선 것이다. 위조된 고소장으로 A 검사는 사건 각하 처분을 내리고 상부 결재도 받았다.
해당 사실을 알게 된 고소인은 검찰에 문제를 제기했고 A 검사는 같은 해 6월 사표를 냈다. 이후 부산지검은 징계위원회를 열지도, 감찰을 하지도 않은 채 A 검사의 사직서를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부산지검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자 검찰은 지난해 10월 A 전 검사를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개혁 성향으로 알려진 임 부장검사는 그간 대검찰청 감찰 시스템을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임 부장검사는 지난달 19일 김 전 총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조만간 임 부장검사를 불러 고발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전직 경찰 수장의 구속이 이뤄지기 앞서 경찰이 전직 검찰 수뇌부에 대한 수사 착수 소식을 알리자 우연치고는 ‘시점이 묘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총장 등에 대한 경찰 수사는 검찰 내부의 고발로 진행되는 것이어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경이 갈등을 빚고 있는 터라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이 10일 전직 경찰청장 두 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동시에 청구하자 경찰 측에서는 ‘의도적 망신주기’라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면서도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했다.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맞대응을 자제하며 국회 논의를 지켜보자던 경찰이 전직 경찰이 또 구속될 것으로 보이자 한발 앞서 검찰 고위직 수사를 발표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종갑·허진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