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산학연’이 대한민국의 기초과학 및 기초연구 분야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잡았다. 본지가 15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본행사의 막을 올린 ‘서울포럼 2019’에서다.
‘다시 기초과학이다: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 개막식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자들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연단에 올랐다. 이와 더불어 손경식 경총 회장 및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재계·산업계 리더들이 국내의 주요 연구기관 및 대학 수장들과 무대에 서서 가로 길이가 10m에 달하는 현수막을 함께 들었다. 기초과학진흥에 관한 모토를 담은 현수막을 든 이들은 김보람 서울경제TV 아나운서의 안내에 따라 현수막의 문구를 같이 읽었다. “우리는 오늘 진심을 다해 다짐한다. 기초과학 활성화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음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날 서약식에 동참한 정계의 주요 인사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김광림·윤상직·김현아·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이 다짐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신흥국인 중국과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토대가 빈약하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축사에서 여야 지도자들은 일제히 우리의 과학 현실을 개탄했다. 손 대표는 축사에서 우리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연간 20조원에 달한 점을 환기시키며 “기초과학연구원 예산은 2,300억원으로 (국가 R&D 예산 전체의) 100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기초과학에 국가의 전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신과학기술 시대의 경제성장을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본지가 대한민국의 누구도 경제지 창간을 생각하지 않았던 59년 전에 탄생했던 사실을 부각시킨 뒤 이번 서울포럼 2019에서 기초과학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점을 높게 평가했다. 손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높은 수학 실력을 바탕으로 인도와 중국 인재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짚어 기초과학 및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와 인재육성이 경제혁신과 기술강국의 밑거름이 되는 길임을 시사했다. 손 대표의 날카로운 지적을 들은 한 연구기관장은 취재기자에게 “너무나 정확한 말”이라며 “정부가 R&D 예산 규모를 키운 것은 잘한 일이지만 여전히 장기간의 기초연구에 돌아가는 비중은 작고 단기간에 지표나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에 먼저 자원이 배분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축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 원내대표는 기초과학 없이 혁신성장을 하겠다는 구호는 공염불이라는 데 동의하며 “국회에서 기초과학에 필요한 제도와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하겠다”고 다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R&D 예산 중 기초과학 분야의 예산을 늘리는 것은 물론 ‘성과 나눠먹기’가 되지 않도록 예산 배분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파와 소속을 넘어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기초과학 지원을 다짐한 것은 당장 내년도 예산 편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5~6월은 부처별로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이듬해 예산안의 방향과 주요 사업들을 구체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